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촉발된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한진칼 지분 9% 상당을 보유한 펀드 출자자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군으로 명확히 드러나면서다. 이로써 조 회장 측 지분은 우호 세력을 합쳐 전체의 5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 4.1%를 보유한 ‘유진 그로쓰 스페셜오퍼튜니티 일반사모투자신탁 1호’ 출자자 이마트와 HD현대오일뱅크, 유진한일합섬 등은 이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2021년 말 최초 설정된 이 펀드는 올 하반기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진칼 지분 4.9%를 보유한 ‘대신 코어그로쓰 일반사모투자신탁’ 출자자인 SK에너지와 현대차, 기아, 효성, 삼구아이앤씨 등도 당분간 환매하지 않기로 했다. 이 펀드는 만기가 없는 개방형 펀드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은 보유 중인 한진칼 지분 20.62%를 포함해 백기사 지분을 더하면 우호 지분을 과반 확보했다. 대표적 우군인 델타항공(14.9%)과 LX판토스(3.83%)를 비롯해 이번에 백기사로 밝혀진 사모펀드 지분 9%만 더해도 48.35%에 달한다. 여기에 GS리테일(1.5%), 네이버(0.99%), 영원무역(0.72%) 등 한진그룹과 우호적 관계를 맺은 기업의 보유 지분을 더하면 50%가 넘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에 출자한 기업들은 시세 차익보다 전략적 협업 관계 구축 및 백기사 목적이 강하다”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 펀드들이 조 회장 측의 확고한 백기사라는 사실이 더 부각됐다”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