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220.56

  • 90.88
  • 2.20%
코스닥

932.59

  • 12.92
  • 1.40%
1/3

"무역전쟁 파도 함께 넘자"…한·일 기업, 배터리·조선 '한배' 탔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무역전쟁 파도 함께 넘자"…한·일 기업, 배터리·조선 '한배' 탔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지난 4월 15일 일본 도쿄 프린스파크타워호텔. KOTRA가 주관한 ‘한·일 파트너십 플러스 위크’에 일본 바이어사 117곳이 몰렸다. 한국에선 인공지능(AI), 디지털정부, 반도체 및 2차전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72곳이 참가했다. 이날 구매 상담액은 총 6억5000만달러(약 8800억원)에 달했다. 박용민 KOTRA 일본지역본부장은 “올해 일본 측 바이어가 작년의 2.5배, 상담액은 2.7배였다”며 “미·중 갈등과 보호주의 확산으로 일본 기업이 중국 대신 한국을 찾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 늘어나는 한·일 공급망 협력
    1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오하이오주 페이엣카운티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혼다가 연말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이 공장은 한국 배터리와 일본 완성차 간 첫 합작 사례다. 여기에서 만든 배터리는 미국 내 혼다 공장에 공급된다. 이어 일본 도요타가 2023년 LG에너지솔루션과, 닛산이 올해 SK온과 미국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일본 완성차 빅3가 모두 한국 배터리업체와 손잡은 것이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 배터리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힌 만큼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사는 사실상 한국뿐이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업체도 수요처를 확보하기 위해선 미국 자동차 시장 강자인 일본 업체와의 협력을 빼놓을 수 없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고율 관세로 한·일 모두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할 처지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는 “한·일은 미국 관세 정책의 주요 타깃”이라며 “미국 내 한·일 기업의 공급망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면서 일본 자동차와 한국 부품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LG전자는 올해 처음으로 도요타의 북미 시장 우수 공급사로 선정됐다. 세계 완성차 1, 3위인 도요타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밀착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지난해 10월, 11월 각각 경기 용인과 도요타시에서 열린 모터스포츠 행사에서 잇달아 만나 미래 모빌리티 협력 가능성을 높였다. 급성장하는 중국 차를 의식한 행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 견제 여파에 따른 한·일 기업 협력은 조선·해운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 해운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가 최근 HD현대중공업에 1만59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8척을 발주한 게 대표적이다. 당초 한국보다 저렴한 중국에 발주하려 했지만 미국이 중국산 선박 운영사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자 발주처를 한국으로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는 반도체 분야 역시 한·일 협력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최근 출시 4일 만에 전 세계에서 350만 대 이상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 2’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 개발도상국 공동 진출도
    한·일 기업이 개발도상국 인프라 시장에 공동 진출한 사례도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11월 일본 스미토모 컨소시엄이 주도한 총 37억달러의 카타르 담수복합발전 프로젝트 중 28억4000만달러 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따냈다.

    최근 일본 톱5 안에 드는 완성차 기업 중 한 곳은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한국 부품사에 납품을 요청했다. 롯데정밀화학과 일본 최대 전력회사 JERA는 지난해 청정 암모니아 공급망 협약을 맺으며 수소 원료인 암모니아 유통과 해외 시장 개척에 손을 잡았다.


    전문가들은 ‘일본 소부장, 한국 중간재, 중국 조립’이란 전통적 분업 구조가 미·중 갈등과 중국의 ‘홍색 공급망’ 구축으로 깨지면서 한·일 기업 간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특히 한국은 베트남, 일본은 태국에 많이 진출해 동남아 시장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환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양국 공동 공적개발원조(ODA)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