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유통사들이 쇼핑 비수기인 6월에 때 이른 공격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작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조금씩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가장 큰 행사를 기획한 곳은 롯데다. 롯데그룹은 오는 22일까지 롯데 계열사 20곳이 함께 참여하는 ‘롯데레드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롯데그룹이 여는 연중 최대 규모 쇼핑 행사다. 패션, 식품은 물론 여행, 레저까지 다양한 상품군에서 대대적인 할인전을 벌인다. 2023년 처음 시작했는데, 올해 세 번째다. 올해는 규모를 더 키웠다. 지난해보다 1주일 더 늘어난 18일간 진행한다. 참가하는 롯데 계열사도 작년 16곳에서 올해 20곳으로 늘었다.
롯데그룹은 올해 불황형 소비에 초점을 맞췄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상품을 중심으로 할인전을 마련했다. 롯데마트·슈퍼는 여름을 맞아 수박과 1++ 등급 한우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롯데백화점은 단일 명품 브랜드에서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롯데멤버스 카드 결제 기준 구매 금액의 7%에 상당하는 롯데 상품권을 증정한다. 롯데아울렛도 롯데멤버스 카드 결제 시 10% 상품권을 제공한다.
비유통 계열사들도 행사에 동참했다. 롯데월드는 테마파크 입장권을 최대 48% 할인한다. 롯데카드는 행사 기간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한 고객에게 자이언츠 홈경기 관람권을 제공한다.
통상 유통사의 상반기 쇼핑 행사는 3~5월에 몰려 있다. 6월에 대규모 할인행사를 여는 건 이례적이다. 롯데의 이런 결정에는 최근 회복되는 소비심리가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는 101.8로 4월(93.8) 대비 8포인트 상승했다. 작년 11월(100.7) 이후 반년 만에 100을 웃돌았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심리가 낙관적이라는 의미다. 대통령 선거 기간 주요 후보가 경기 부양 정책을 경쟁하듯 공약으로 내세운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35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6월을 선택한 배경은 ‘역발상’ 전략이다. 유통사 행사가 적은 시기를 적극 공략해 매출을 늘리자는 것이다. 롯데그룹은 2023년 레드페스티벌을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연간 두 차례 열던 그룹 통합 할인행사를 1회로 줄이는 대신 6월을 공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대선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는 시기와 겹쳐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롯데 외 다른 유통사들도 할인 행사에 나섰다. 이마트는 5~8일 할인 행사 ‘고래잇 페스타’를 연다. 한우, 수입 삼겹살·목심, 미국산 체리 등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쿠팡도 오는 15일까지 7만여 개 가전·침구·식품·스포츠·뷰티 상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여름맞이 행사를 연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