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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아파트가 멋지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보러 올까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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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아파트가 멋지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보러 올까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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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는 요즘 도심 곳곳에서 ‘직주락’(직장·주거·여가) 활력공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업무, 숙박, 상업, 주거 기능이 어우러진 복합시설을 조성해 일종의 한국판 '아자부다이힐스'를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서울 역세권 곳곳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멋진 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압구정 재건축이나 한남 재개발 등 주요 사업지에 멋진 디자인을 적용하면 용적률을 상향해주겠다는 방침이 나오면서, 대형 건설사들이 앞다퉈 외국계 유명 설계사무소를 끌어들여 경쟁적으로 설계를 진행 중입니다. 이제 도심 건축물도 독특한 랜드마크 형태로 개발되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그 공간도 결국 '아파트'입니다. 최근 일본 도쿄에 연수를 다녀온 국내 기관, 지자체, 디벨로퍼, 건설사, 설계사무소 관계자들은 개발할 때 최소 100년 이상을 내다보며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개발 방식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리처럼 대규모 재건축을 하지 않고, 대부분의 대형 디벨로퍼들은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직접 보유하면서 진행하는 복합 개발을 선호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자산가치 상승을 목표로 하며, 아자부다이힐스처럼 글로벌 관광객이 몰리는 랜드마크 상업시설을 개발하는 배경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모리빌딩, 미쓰이부동산, 미쓰비시부동산 같은 대형 디벨로퍼들은 모든 자산을 보유한 채 대규모 복합개발을 진행합니다. 이 때문에 상업시설과 업무시설뿐 아니라, 주거시설도 대부분 분양이 아닌 임대 형태로 운영됩니다. 주차장도 개별 판매가 아닌 공유 개념으로 운영됩니다.

    최근에는 JR 동일본이 직접 조성한 '다카나와 게이트웨이 시티'도 준공됐는데, 말 그대로 ‘100년 후를 위한 도시 설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첨단 지하철 역사와 무빙 로봇 등 혁신적인 시설을 갖췄고, 이 역시 JR 동일본이 차량기지를 재개발하며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직주락 복합공간을 유지하는 전략을 펴고 있습니다.

    무려 5조8000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분양 없이 대부분의 시설을 임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에 밀리지 않도록 오프라인 소비 경험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병행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외식 수요가 여전히 높고, 배달 음식은 인건비가 워낙 비싸 실제 가격이 매장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배달 문화가 활성화돼 있지 않습니다.


    반면 국내는 명동, 강남, 홍대, 성수동처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 외에는 음식점들이 배달 서비스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수익성이 낮아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쇼핑의 급증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심지어 편의점 매출까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형 복합상가들도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추진하는 직주락 복합공간은 과연 어떤 방식으로 개발될까요? 주거는 분양, 오피스는 일괄 매각, 상업시설도 개인 분양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처럼 대형 디벨로퍼가 전체 자산을 장기 보유하며 관리하는 방식이 우리 현실에선 쉽지 않기 때문에, 컨소시엄 방식의 개발이라 해도 결국 분양 위주로 흘러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경우 대형 역세권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시장 상황이 악화하면 테크노마트나 대형 상가처럼 어려움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우리도 대형 디벨로퍼가 자산을 장기 보유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사업목적회사(SPC)를 통해 컨소시엄이 상당수 자산을 직접 보유하고 상업시설이나 문화시설은 임대로 운영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찾는 랜드마크 공간이 만들어지고, 관광객 유치도 가능해집니다.

    결국 아무리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를 멋지게 지어도 외국인 관광객은 남의 집을 보러 다니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세권에 조성되는 직주락 복합공간이야말로, 일본의 아자부다이힐스처럼 독창적인 디자인과 콘셉트를 갖춘 상업공간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그래야 서울도 세계적인 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상업 거점을 확보하게 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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