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차기 정부가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29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자동차, 반도체, 스마트폰, 조선 등 거의 모든 한국 주력 산업에서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며 이같이 내다봤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인 스나이더 소장은 외교부가 후원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개최한 제주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다.
스나이더 소장은 “15~20년 전에만 해도 베이징에서 현대차를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지금 현대차는 중국에서 자동차 생산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라며 “중국 정부는 지금도 한국 기업의 자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등 많은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정치적 관계를 개선해도 이 같은 무역 행태가 바뀔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그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상당수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철수했다”며 “중국이 다시 시장을 열어준다 해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산업은 K팝 산업과 화장품 정도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과의 긴장된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나이더 소장은 “정부가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이미 수년 전부터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을 위협으로 여기고 있다”며 “향후 한미 안보협력 역시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미국이 한국에 중국과 대립할 것을 요구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그런 식으로 행동한다면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며 “미국이 타국의 외교 관계에 간섭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미국 역시 중국과 경쟁하고 대립한다고 해서 서로 대화를 하지 않거나 교역을 하지 않는 게 아니다”라며 “한국도 미국과 안보협력을 하면서 중국과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관세 및 주한미군 방위비를 둘러싼 한국과 미국의 협상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나이더 소장은 “관세는 이미 고위급 실무 면담이 진행되고 있고, 아직 안보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도 않은 상태”라며 “한 번에 패키지 딜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어 “협상가인 트럼프 대통령이 불쑥 이슈를 제기하고 사안별로 협상이 이뤄지는 일이 그의 임기 내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방위비 협상과 관련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놓고 재협상이 불가피해 보인다”며 “단순히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선 등 군수 협력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협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제주=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