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9일 자신의 장남에 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맹비판한 데 대해 "이 엄중한 시기에 내란 극복과 국가 운명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선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사전투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이준석 후보의 문제 제기는 엄중한 대선 정국에서 다뤄질 사안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전날에도 "대한민국의 비전, 정책, 희망을 전해야 할 대선이 비방과 험담, 입에 올릴 수도 없는 혐오의 언어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이준석 후보는 지난 27일 정치 분야 TV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 아들이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원색적인 댓글 내용의 일부를 옮겼다. 이후 민주당 등 진보 진영에서는 "이준석 후보가 끔찍한 언어폭력을 저질렀다"면서 후보직 사퇴까지 요구하며 그를 코너로 몰았다. 결국 그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불편할 국민들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하겠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 장남 이씨가 지난해 10월 법원으로부터 상습 도박 및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 문언 전시) 혐의로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선고받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반격에 나섰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미 법조계 자료와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관계는 확인이 됐다. 수위를 넘는 음담패설을 이동호씨가 한 내용이 확인되었다. 이동호씨는 지난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이어 "저는 이동호씨의 게시 글 중 하나를 비교적 가치중립적인 단어로 바꿔 인용했지만,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지난 3년간 우리는 김건희라는 이름으로 참담한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다시 김혜경, 이동호라는 이름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수는 없다. 윤석열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준석 후보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 후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동호씨는 저급한 혐오 표현 외에도 2년 가까이 700회 넘게, 총 2억3000만원의 불법 도박을 저질렀다"며 "이재명 후보가 이를 모르고 있었다면, 무관심이거나 무능일 거다. 그런 인물이 과연 나라를 맡을 자격이 있냐"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는 이를 '신변잡기'라며 덮으려 했다. 그러나 대통령 후보자의 가족에 대한 검증은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책임의 연장선"이라며 "저는 그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저에 대한 검증 역시 얼마든 환영한다"고 했다.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그는 "오늘 오후 2시까지 사실관계를 반대로 뒤집어, 저에 대해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부모는 자식을 위해 헌신한다. 그러나 자식이 파괴적인 길로 가는 것을 외면하는 것은 책임이 아니라 방임"이라며 "권력욕에 눈먼 지도자가 가족조차 책임지지 않는다면, 그에게 국민을 맡길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준석 후보가 주장하는 바는 일부 사실과 허위 사실이 교묘히 섞였다면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준석 후보가 TV 토론에서 한 발언은 명백히 허위 발언"이라며 "남성 여성의 성을 바꿨고 질문이 여성 혐오에 대한 질문이었다. 명백히 허위다. (그런데) 지금 '젓가락은 맞잖아?'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일종의 프레임을 짜기 위해 물어본 것 아닌가. 여성혐오로 둔갑하기 위해 성을 바꿔 버린 것 아니냐"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