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GM 뛰어든 LMR

GM은 14일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개발한 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양산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테네시 공장을 활용해 생산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하는 LMR 배터리는 GM의 전기 트럭인 쉐보레 실버라도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에스컬레이드 IQ에 장착할 예정이다. LMR 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LMR은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비교해 망간 함량을 대폭 높인 게 특징이다. NCM 배터리는 니켈 비율이 50~90%, 망간이 5~30% 수준이지만 LMR은 망간 비율이 60~65%에 달한다. 망간보다 비싼 니켈과 코발트 비율은 각각 10%대에 그친다. 망간은 전 세계 매장량이 15억t에 달하는 흔한 광물이다. 정제비도 많이 들지 않는다.
두 회사는 LMR 배터리를 각형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원통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를 주로 만드는 LG에너지솔루션이 각형 배터리 양산 계획을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LMR 배터리는 GM과 포드 등 미국 완성차 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 주행거리가 400㎞대에 불과한 LFP 배터리는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목표로 삼은 LMR 배터리 주행거리는 644㎞다. GM은 2015년부터 LMR 배터리 연구에 들어갔다. LG에너지솔루션은 LMR 배터리 관련 특허를 2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 LMR 배터리로 따지면 ‘최고수’끼리 원팀이 된 셈이다. 포드는 2030년 LMR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내걸었다.
커트 켈티 GM 배터리·구동·지속가능성 담당 부사장은 “저렴한 비용으로 긴 주행이 가능한 LMR은 전기트럭 등에 딱 맞는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며 “시장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배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저가 제품 라인업 확대
LMR 배터리가 계획대로 양산되면 중국이 주도하는 LFP의 대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수명 저하와 전압 감소 등으로 상용화가 쉽지 않았지만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자체 개발한 코팅 기술과 입자 설계 방식, 공정 최적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LMR 배터리가 LFP보다 에너지 밀도가 33% 높다고 설명했다.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LMR 배터리 가격은 ㎾h(킬로와트시)당 80~90달러로 LFP 배터리(60~80달러)와 엇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망간 함량이 높아 니켈·코발트 기반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높다”며 “LFP의 단점은 극복하고 장점은 유지한 배터리”라고 말했다.
저렴한 중국산 LFP의 공습으로 고전하는 LG에너지솔루션이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4680 원통형 배터리’ 등 고가 라인업 외에 LFP·LMR 등 중저가 라인업도 차츰 늘리고 있다”며 “미국 시장 공략에 큰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