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모바일 쿠폰 판매업체의 시스템을 해킹해 상품권 7687개를 탈취한 혐의로 19명을 검거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해외 총책 2명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모바일 쿠폰 판매업체의 관리자 계정에 무단으로 침입한 뒤, 자신들이 지정한 휴대전화로 상품권을 무단 발급받았다. 피해 업체가 해킹 사실을 바로 인지하지 못하도록 주말에 범행을 저지르는 등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조직원들은 교환책·수거책·송금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움직였다. 국내 교환책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해외 총책에게 받은 PIN 번호로 전국 대형마트에서 상품권을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했다. 교환책 한 명이 최대 4억5000만 원어치를 교환한 경우도 있었다.
이후 수거책이 종이 상품권을 직접 회수하거나 퀵 배송을 통해 전달받은 뒤 국내 상품권 매입 업자를 통해 현금화했다. 최종적으로 송금책을 거쳐 해외로 자금을 빼돌렸다
이들이 탈취한 모바일 상품권 7687매 중 7168매(약 28억6720만원 상당)이 종이 상품권으로 교환됐고, 나머지 519매는 피해자가 사용을 취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외 총책은 '고액 알바'를 미끼로 조직원을 모집했다. 조직원이 거액의 상품권을 들고 잠적할 가능성에 대비해 일부 상위 조직원은 초등학교 동창이나 가족 등 신뢰할 수 있는 지인을 동원해 범행에 가담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CCTV와 텔레그램 대화 분석 등을 통해 약 9개월간의 수사 끝에 조직원 19명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공범 5명을 추가로 특정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SNS 등을 통한 고액 상품권 교환 알바 역시 범죄 연루 가능성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대형마트에 주의 안내문을 비치하는 등 제도적 보완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