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3월 18일 14: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삼성SDI 유상증자 효력 심사 과정에서 고민에 빠졌다. 다른 유상증자와 마찬가지로 정정 요구 등을 하면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별다른 조치 없이 효력 승인을 하면 중점심사 제도가 아무 소용 없다는 삼성SDI 주주 등의 반발을 마주하게 됐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유상증자 실무를 담당하는 증권사 커버리지 부서 소속 인력들은 금감원의 삼성SDI 유상증자 효력 심사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금감원이 중점심사 제도를 내놓은 뒤 1호 심사 대상으로 선정된 만큼 향후 유상증자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어서다.
삼성SDI 증권신고서를 살펴보면 다른 기업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번 삼성SDI 유상증자가 금양이나 이수페타시스 등과는 사뭇 결이 다르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통상적으로 작성됐던 증권신고서보다 주주 소통 노력 등을 강조했다”며 “금감원의 심사 문턱이 높아진 만큼 그에 걸맞게 주관사 실무진이 머리를 맞대고 주주 소통 노력 등에 대한 항목을 강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와 주관사단은 증권신고서에 유상증자 프레젠테이션(PT) 파일을 첨부했다. 해당 파일에는 유상증자 개요 및 주요 일정을 비롯해 증자 배경과 목적 등을 그래픽과 재무 수치 등으로 설명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유상증자와 관련된 주주들의 궁금증을 Q&A 형식으로 정리한 자료도 공개했다. 신주인수권증서 거래 및 초과청약 등 유상증자 절차와 관련된 내용이 정리됐다. 이화 함께 소액주주 전담 콜센터도 별도로 운영하기로 했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유상증자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금감원은 주로 기존 사업과 관련성이 낮은 신사업에 진출하는 기업이거나 자금 사용처가 불분명한 유상증자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삼성SDI의 경우 2차전지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수년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대규모 투자를 해오던 분야다. 증자 비율(16.8%)과 할인율(15%)도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 2021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를 진행한 11개 기업을 살펴보면 평균 증자 비율은 31.4%, 할인율은 19.1%였다.
금감원 역시 정량적 기준보다는 정성적 기준을 적용해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중점심사제 도입 이후 첫 주주배정 증자라는 상징적 측면과 유상증자 규모가 2조원으로 역대급 규모라는 점 등이 고려됐다.
중점심사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삼성SDI 주주들의 기대감이 높아진 점은 부담이다. 삼성SDI 주주들은 금감원에 유상증자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는 민원을 넣고 있다. 주주들은 중점심사 제도 발표 이후 금감원이 유상증자를 가로막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점심사 대상인 경우 금감원이 문제가 있는 유상증자로 보는 것이라는 시장의 오해도 크다. 중점심사 1호 사례인 만큼 금감원이 후속 조치를 할 것으로 믿는 주주도 적지 않다.
금감원은 원칙대로 심사 진행해서 결론을 낼 예정이다. 삼성SDI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7영업일이 지난 다음 주 초에는 심사 결과를 통보할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이 중점심사를 도입하면서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주에게 더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다만 삼성SDI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당분간 뒷말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