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는 이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이겨낼 카드로 미드니켈 배터리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꺼내 들었다.
◇ 韓의 비밀병기 ‘미드니켈’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부스 전면에 미드니켈 배터리를 배치했다. 미드니켈 배터리는 성능은 좋지만 비싼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의 단점을 없애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배터리 양극재에 들어가는 니켈 함량을 50~70%로 줄여 하이니켈 NCM(니켈 함량 90%)보다 가격을 10% 떨어뜨렸다. LG는 전압을 끌어올리는 식으로 미드니켈의 에너지 밀도가 떨어지는 걸 최소화했다. 이 덕분에 미드니켈의 에너지 밀도가 LFP보다 50%가량 높게 유지된다. 하이니켈과 엇비슷한 수준이다.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드니켈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고전압 미드니켈로 중국과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주인공은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다. 배터리 3사 모두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46시리즈는 지름이 46㎜인 원통형 배터리다. 기존 21시리즈(지름 21㎜)보다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은 6배가량 큰 제품이다.
46시리즈는 만들기 어렵다. 양극재 등 원재료를 두툼하게 말수록 불량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배터리 3사가 46시리즈 양산 기술을 확보했다는 건 테슬라 납품 길이 열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는 현재 자체 제작한 4680(지름 46㎜, 높이 80㎜) 배터리를 사이버트럭에 넣고 있지만 수율이 낮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주선 삼성SDI 사장은 “46시리즈 배터리 고객을 확보해 샘플 테스트를 진행한 만큼 곧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수 SK온 연구개발(R&D) 본부장(부사장)도 “양산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 “배터리 업황, 곧 반등할 것”
최근 몇 년간 국내 배터리 3사의 위상은 점점 추락했다. 세계시장 점유율도 2023년 23.1%에서 지난해 18.4%로 떨어졌다. 전기차 캐즘과 중국 배터리 회사의 약진이 겹친 탓이다. 한국과 일본이 거느리던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하나둘 빼앗아가면서 지난해 중국 점유율은 65%로 치솟았다. 작년 4분기 배터리 3사가 일제히 적자로 돌아선 배경이다.배터리업계는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신제품을 바탕으로 재도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성비 배터리’가 줄줄이 나오는 데다 중저가 전기차도 본격적으로 데뷔하는 만큼 이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부터는 시장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극재 기업인 포스코퓨처엠의 엄기천 사장은 “올해 목표 생산량을 작년보다 높게 잡았다”며 “전기차 캐즘은 내년에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원/성상훈 기자 jin1@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