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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부부 가족의 출퇴근을 보조하는 운전기사는 ‘가사사용인’이 아니므로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 지급 대상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서울북부지방법원 단독 김관중 판사는 운전기사 A씨가 변호사인 B와 C씨 부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법무법인 고문 B변호사는 서울 서초구의 법무법인 사무실에 출퇴근을 했다. A씨의 통상적인 운전업무 수행 경로는 아침에 B변호사와 그 손자를 거주지에서 태워 손자가 다니는 학교를 거쳐 B 변호사가 근무하는 법무법인 건물까지 운전한 후 법인 건물의 경비실에서 대기하는 것이었다. 이후 오후에 손자의 학교에 가서 인근 학원에 데려다주고 다시 법무법인 건물 경비실에 복귀한 후, 오후 4시경 B변호사를 태우고 손자의 학원에 가서 손자를 태워 함께 거주지로 돌아오는 경로였다.
C씨도 변호사지만 건강상 이유로 2011년 경부터 변호사 일을 하지 않고 월 1회 정도 병원에 다녔는데, 그때마다 A씨가 C씨를 태우고 병원 왕래를 했다. 이후 해고된 A씨는 자신이 B씨 부부에게 고용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라며 퇴직금과 해고예고수당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가사사용인'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됐다. B씨 부부는 “A씨가 가사사용인으로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다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서 가사사용인을 배제한 이래 가사사용인은 각종 노동관계법의 적용에서 제외돼 왔다. 근로기준법 제11조 제1항 단서에 따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해고예고수당 규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퇴직급여법도 ‘가구 내 고용활동’에는 퇴직급여법의 적용을 제외하고 있다.
법원은 A씨의 손들 들어줬다. 김 판사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배제한 입법취지는 가정의 운전기사·가정부·파출부 등 주로 '개인적 사생활'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피용자에 대해 근로시간이나 임금 등 근로조건에 관한 규제를 통한 국가적 감독행정을 미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가사사용인에 대해 퇴직급여법 적용을 배제한 것은 합리적 이유 있는 차별로 평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가구 내 고용 활동에 대해 다른 사업장과 동일하게 퇴직급여법을 적용할 경우 이용자 및 이용자 가족의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은 물론 국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도 어렵다"며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퇴직급여법을 가사사용인에도 전면 적용한다면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행정적 부담을 가중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근거를 든 바 있다.
이를 근거로 김 판사는 “이 사건을 보면, 원고는 B씨의 변호사 업무를 위한 출퇴근, 손자의 등하교, C씨의 병원 왕래 등에 필요한 운전업무 제공을 위해 '고용'됐다고 할 것이고, 그중 B씨의 출퇴근을 위한 운전업무가 '개인적 사생활'과 관련된 업무 또는 그에 부수되는 업무라고 볼 수 없다"며 "가사사용인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김 판사는 B변호사에 대해 “A씨에게 퇴직금 1912만원과 해고예고수당 340만원(급여) 등 2252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운전기사도 하급심에서는 경우에 따라 가사사용인으로 인정된 바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22년 회사 채용공고를 통해 입사한 후 대표이사 어머니의 운전기사로 근무한 운전기가 부당해고를 주장한 사안에서 주로 수행한 업무가 병원진료, 재활센터 방문, 피트니스센터 방문, 친구모임, 쇼핑 등을 할 때 차량을 운전하는 것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관련된 것인 점 등을 근거로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곽용희 기자/좋은일터연구소 연구위원 kyh@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