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광고 대행사 제일기획의 작년 매출은 4조344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 늘었다.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320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방송광고 시장 규모가 전년보다 1.8% 줄어든 약 3조2000억원으로 쪼그라드는 등 전반적인 업황 악화에도 좋은 성과를 냈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계열사 광고와 마케팅 관련 수주가 증가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제일기획의 삼성 계열사 일감 비중은 73%로 전년(70%) 대비 3%포인트 높아졌다. 제일기획은 ‘일감 몰아주기’ 비판 속에 지난 10여 년간 비계열사 일감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지만 오히려 계열사 의존도가 올라갔다. 특히 삼성전자는 작년 1~9월 광고 선전비로만 4조2032억원을 써 제일기획의 호실적을 뒷받침했다. 이는 전년 동기(3조9030억원)보다 7.6% 늘어난 수준이다. 반도체 부문 부진을 스마트폰, 가전 등으로 상쇄하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로 업계에선 해석한다.
현대차 계열사 이노션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1.3% 증가한 2조1205억원, 영업이익은 3.8% 늘어난 1557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보다 해외, 비계열보다 계열사에서 따낸 수주가 성장을 이끌었다. 이노션 매출 중 해외 비중은 77%, 계열사 비중은 71%에 달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K8, EV3, 캐스퍼 EV 등 신차 마케팅을 미국 등 해외에서 활발하게 벌이며 이노션이 수혜를 누렸다. ‘전기차 캐즘’ 탓에 신차 마케팅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반대였다. 광고, 선전, 판촉 등으로 현대차가 작년 1~9월 쓴 비용은 2조5665억원으로 약 20% 급증했다.
LG그룹 계열사 HSAD도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증가한 5632억원, 영업이익은 11.8% 늘어난 295억원이었다. HSAD는 LG그룹 내 광고 대행사 세 곳을 합쳐 2023년 출범한 광고 대행사다. 지난해 디지털 광고 대상을 받은 LG전자 공기청정기 캠페인, 국내 최초 100% 인공지능(AI) 제작 방식의 LG유플러스 브랜드 캠페인 등을 HSAD가 주도했다.
반면 독립 광고 대행사의 실적은 나빴다. 디지털 광고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에코마케팅은 작년 3분기 누적 기준 광고 대행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6% 감소한 366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FSN도 광고 대행업과 모바일 광고 부문 매출이 1.8% 감소한 560억원이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내수 위주인 중소형 광고 대행사는 올해도 어려운 해가 되겠지만 해외 물량이 많은 대기업 계열 대행사는 올해 또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