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개발 과정에서 높이 제한 등 법적 제한으로 용적률(대지면적에 대한 지상 연면적의 합계)을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잔여 용적률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개발권이양제도(TDR :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 다른 말로 용적률 거래제도라고도 한다. 한마디로 토지의 소유권과 개발권을 분리하는 개념으로 같은 개발권 안에서 개발이 제한된 토지주는 근거리의 개발 가능 토지주에게 허용 범위 안에서 자신의 용적률을 물건처럼 팔 수 있다. 시행이 된다면 참으로 합리적인 제도다.
개발권이양제도는 1970년대 초 미국의 뉴욕에서 고안돼 미국 내 일부 도시에서 적용하고 있다. 주로 고밀도 지역에서 역사적 구조물의 보존을 위해 사용됐다. 예를 들면 고밀도 개발권 내에서 문화제보호법상 문화유산이나 역사적 구조물의 보존 그리고 오픈 스페이스 확보를 위해서 건물을 많이 못 짓는 경우, 고압선이 지나는 선하지 밑에서 건물을 많이 못 짓는 경우 남는 용적률을 다른 지역에 팔아서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을 제한하는 지역의 토지소유자가 재산상 손실 부분만큼 다른 지역에서 만회할 수 있도록 하는 보상제도의 일종이다.
개발권이양제도는 미국 외에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도 있다. 정부는 제도 시행 전에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보완하면 문제없이 잘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여러 측면에서 파악하고 연구해 장단점을 보완, 시행해야 한다. 주거지의 용적률이 상업지의 용적률로 둔갑하면 도심 고밀개발의 문제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발권이양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뉴욕 맨해튼의 경우 고층 빌딩 건설을 위해 주변 건물의 공중권(Air Rights)을 매입하는 사례가 많다. 그랜드센트럴터미널의 공중권을 매입해 트럼프타워를 건설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에선 도쿄역사 주변 지역에서 용적률 거래를 통해 고층 건물을 건설하고 그 수익으로 역사를 보존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이렇게 제도가 시행되면 슬럼화되는 도시의 재생사업이나 주변 지역의 활성화, 문화재 보존 등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문제는 개발권이양제도로 사용되는 용적률에 어느 정도 가치와 기간을 설정하고 이양해야 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시장에 거래된 적이 없는 용적률에 개인 간 협상을 통해 가격을 매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중개하는 중개기관을 만들거나 가격을 평가하는 전문 평가기관이 있어야 한다. 용적률을 추가로 확보해 건축한 부분에 대해서는 매매를 제한하는 기간도 정해야 한다. 투기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공법상 용적률 거래 이후 30년이 지나도 매매 제한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는 장기적 도시계획을 위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대신 임대를 통해 수익 창출을 한다든지 본인이 직접 사업을 운영하거나 법인을 설립해 사업 목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개발권을 어떻게 할당하고 규제할 것인지와 매매시장의 성립 여부도 고려해야 하며 법적 소유권과 세법상의 문제, 허가 절차상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개발권이양제도가 도입되면 지역에 따라 그동안 건물을 짓지 못했던 토지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제도를 왜 도입하려고 할까. 도시를 좀 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고 낙후된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부가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개발권이양제도를 시행하면 제도가 무분별하게 남용돼 오히려 도시가 난개발되거나 과밀화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시행 전 정부는 충분한 연구와 검토를 통한 준비를 해야 한다. 섣불리 추진한 도시정책은 도시를 회복 불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