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10일 17:5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기관들의 선호도가 높은 입지 조건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업용 부동산 매물이 늘고 있다. 노후화에 따른 리모델링·재건축 비용 부담 탓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공사비가 급격히 오르면서 노후화된 상업용 부동산 자산의 인기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매물로 나온 서울 구의동 동서울호텔은 반년 넘도록 팔리지 않고 있다. 1991년 4월 개점한 이 호텔은 지하 4층~지상 10층, 연면적 7908㎡ 규모로 동서울터미널과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변역 등이 인접해 교통 여건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앞서 마스턴투자운용은 작년 상반기 호텔 측과 양해각서를 맺고 신규 리츠를 설립해 인수를 추진했다. 기존 호텔을 리모델링해 1인 가구를 위한 공유 주거 시설인 코리빙하우스(co-living house)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매각 대금으로는 약 500억원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리츠 주주들의 반발로 인수 대금 조달이 지연됐고, 매각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 매각 대금을 확 낮췄음에도 여러 운용사가 매물 인수를 검토했을 뿐 지금까지 거래가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건물 노후화가 매각에 걸림돌이 됐다"고 전했다. 건물을 인수하더라도 매각 대금 못지않은 비용을 리모델링 공사에 투입해야 건물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건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확 뛰면서 이 같은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0.18로, 공사비 상승이 본격화한 2020년 말 102.04보다 크게 올랐다.
서울 핵심 입지의 대형 상업용 빌딩도 마찬가지다. 광화문 일대 '트로피에셋'으로 불리는 서울파이낸스센터(SFC) 매각을 추진하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은 작년 12월 1차 입찰과 2차 입찰 끝에 결국 매각을 철회했다. GIC는 3.3㎡당 4000만원 이상을 원했지만, 실제 최고 입찰액은 3300만원에 그쳤고, 이에 매각을 일단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이다.2001년 준공한 SFC도 현재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층고가 요즘 신축 빌딩에 비해 낮고, 창문 형태도 요즘 트렌드인 통창이 아니라 골조를 뺀 나머지 전체 공사가 불가피해 만만치 않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2002년 준공한 서소문동 퍼시픽타워도 지난해 매물로 나왔지만 비슷한 이유로 원매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의 컨디션 등에 따라 인접한 상업용 건물의 몸값 차이가 3.3㎡당 1000만원에 육박한 사례도 나왔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엔씨타워1은 최근 3.3㎡당 4700만원을 제시한 퍼시픽자산운용·과학기술인공제회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반면 도보 약 3분 거리에 있는 삼성동빌딩 입찰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3.3㎡당 3700만원대 가격을 써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젠스타메이트 관계자는 "향후 신규 공급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컨디션이 좋은 실물 부동산으로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