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사들이 줄줄이 기대 이하의 처참한 실적을 내놓고 있다. 내수 소비 시장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이란 대규모 일회성 손실까지 발생한 탓이다.롯데쇼핑은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147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7.3% 줄었다고 6일 발표했다. 증권사들이 당초 추산했던 2000억원대의 영업이익과 견줘 30% 가량 적었다. 작년 12월 예상치 못했던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내수 경기가 꽁꽁 얼어 붙었던 게 주된 원인이긴 했지만, 경기 때문 만은 아니었다. 회계상 부채인 임직원 퇴직금을 추가로 532억원이나 일시에 쌓은 영향도 있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판결 이후 회계법인에서 충당금을 쌓을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작년 12월 통상임금의 범위를 보다 폭넓게 해석한 판결을 내린 바 있는데, 설과 추석 등 명절 상여금과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의 범주로 넣으면서 퇴직금 비용이 확 올랐다는 설명이다. 이 탓에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는 작년 4분기 대규모 적자까지 기록했다. 102억원의 관련 충당금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롯데 계열사 만의 문제는 아니다. 신세계도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약 1700억원에 한참 못 미친 106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쇼핑처럼 이 회사에서도 353억원의 통상임금 관련 충당금 ‘출혈’이 있었다. 다만 이 충당금을 감안해도 신세계의 실적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 것이긴 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의 성장으로 수혜를 본 물류 기업도 통상임금 충당금 쇼크를 빗겨 가진 못했다. 한진은 작년 4분기에 274억원의 관련 충당금을 반영한 영향에 영업이익이 3억원에 불과했다. 전년동기 대비론 99% 감소한 것이다.
통상임금 판결은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데, 유독 유통사 실적에 부정적인 것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고, △주말근무와 연장근무가 상시적으로 있으며, △연말 상여보다는 설·추석 등 정기적인 명절 상여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