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후판가 17% 격차

5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후판의 평균 유통가는 t당 90만원이다. 지난해 1분기 말 106만원에서 9개월 새 15.1% 떨어졌다. 값싼 중국산 후판의 공습이 국내 제품 가격 하락의 원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산 후판 수입 가격은 약 75만원. 중국산 수입량은 2021년 47만t 이하에서 지난해 138만t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과거 중국산 후판은 국내산과 품질 격차가 컸지만 최근엔 국내산과 비슷하다. 품질은 비슷한데 가격은 낮은 것이다. 과거 조선사로부터 배를 구매하는 해운사들은 ‘중국산은 쓰지 말라’고 주문했으나 요즘엔 대부분 중국산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국내 철강·조선사는 매년 상·하반기에 다음 반기 후판 공급가를 정한다.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현재 평균 유통가, 수입가 등을 감안해 논의를 거친 뒤 고정 가격을 결정한다. 하지만 국내 후판 가격 급락, 중국산 제품 수입 증가 등에 따라 철강사와 조선사의 후판가 공급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시작된 후판 가격 협상이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조선사는 t당 90만원 이하, 철강사는 90만원 이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 중국산 후판 반덤핑 제소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가 수세에 몰렸다. 포스코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473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6조6500억원과 비교해 급감했다. 현대제철도 마찬가지다. 2021년 영업이익 2조4475억원을 올렸지만 지난해에는 3144억원에 불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후판은 다른 철강재보다 마진이 높은 상품이다. 하지만 포스코 등은 지난해 후판 사업에서 적자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사와의 협상에서 어떻게든 t당 90만원대를 지켜내야 한다. 협상력을 훼손하고 있는 중국산 후판 수입을 막기 위해 현대제철은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덤핑 여부 조사와 반덤핑 관세를 요구하는 반덤핑 제소를 신청했다. 중국 정부와의 마찰을 우려하는 정부가 어떻게 결론을 낼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조선사들은 ‘시장 논리를 따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에 들어갔지만 중국 선박회사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원가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값싼 중국산 후판을 쓰는 중국 선박회사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중국산 후판을 쓰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후판은 선박 제조 원가의 20%를 차지한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가 사용하는 중국산 후판 비중은 20% 내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