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기술은 언제 본격적으로 사용될 것인가? 엔비디아 창업자인 젠슨 황은 최근 양자 컴퓨팅 기술의 상용화 시기를 15~30년 후로 예측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양자용 소프트웨어를 출시하는 등 글로벌 기업 간에도 양자 기술 전망에 입장 차가 큰 듯하다. 양자 기술은 양자 역학의 원리, 특히 양자의 중첩과 얽힘 특성을 활용한다. 접근 방법에서 정보처리 속도와 보안성 및 신뢰성, 정밀도나 민감도 등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혁신적 발전이라고 알려져 있다.우리나라 역시 양자 기술에 국가적으로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 지난해 시행한 ‘양자과학기술 및 양자산업 육성에 관한 법’, 약칭 양자법은 양자 기술 개발과 산업 발전을 지원하는 근거로 정부의 양자정책 거버넌스 확립을 요구한다. 현재 우리나라 기술 개발의 단기 중점 분야는 양자 통신, 양자 컴퓨팅, 양자 센싱이며 상업적으로는 반도체와 의료기기 등에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양자 기술로 소재·부품·장비 분야를 다루는 방법론도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양자 기술의 선두주자는 아니다. 2022년 기준으로 선도 국가 기술 수준의 65% 정도로 평가됐다. 2035년 85% 수준까지 추격하는 것이 목표다. 또 양자 기술 관련 학자는 현재 500여 명으로 파악되는데 경쟁국 대비 너무 적다. 2035년까지 2500명 선으로 늘릴 방침이다. 분야마다 사정도 달라서 양자 통신은 국내 대기업이 연구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지만, 양자 컴퓨팅은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고 국내에선 일부 스타트업만 참여하고 있다. 산업정책 역시 분야별로 특수한 상황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양자 기술 강국으로는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꼽힌다. 양자 기술은 인공지능(AI), 반도체 등과 함께 지정학적 경쟁의 핵심에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고 전략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첨단 기술 수출을 엄격히 통제하는데, 양자 기술도 그중 하나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양자 기술과 관련된 특정 분야는 수출 허가가 필요한데 마치 반도체산업처럼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도 어느 기술을 어느 나라에 수출하는지가 정치적 이슈로 불거질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선도국을 추격하는 과정에서 핵심 자원에 접근하거나 관련 기술을 학습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 일본을 비롯한 과학기술 강국은 양자 기술을 국가 안보와 연계하거나 국가 핵심 산업으로 규정하는 등 기술 국가주의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앞으로 양자 기술은 응용될 곳이 많지만 그중 보안이 특히 중요한 군사, 제조, 의약품, 물류, 금융 등에서 집중적으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자원 확보를 둘러싼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자 기술은 산업의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절대적 강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국가 간, 기업 간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기술이지만 역설적으로 국제 협력이 가장 활발한 기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전략’ 등을 통해 전략적 기술 제휴나 글로벌 선도 대학과의 네트워킹으로 국제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 양자 기술 분야 기술위원회 의장국이 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이 기회를 잘 이용해 국제 기술 네트워크를 더욱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