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경제적, 군사적으로 이미 세계 최강인 미국에 특유의 스트롱맨 트럼프가 등장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슬로건 아래 미국 패권주의를 기치로 내세우니 전 세계가 요동친다. 전 세계가 트럼프에게 줄을 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취임식 참석을 위해 100만달러를 기부한 사람이 너무 많아 1억7000만달러(약 2475억원)에 달하는 기록적인 모금을 조기에 달성했다.세계 정상들이 운집하는데 미국의 전통적 맹방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초대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는 EU 회원국들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에서 5%로 올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동맹보다는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스타일을 보여준다. 가치동맹보다 거래동맹이라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의 중요한 대외정책은 고율 관세를 앞세운 보호무역 정책과 ‘중국 때리기’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무역기구를 탈퇴하고 쌍무협정을 중시하며 미국의 최대 무역적자국 중국에 60%, 대미 흑자가 많은 멕시코와 캐나다에도 맹방이지만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한국도 500억달러 정도 흑자를 내는 여덟 번째 국가인 만큼 관세 부과가 예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아예 미국으로 달려가고 있다. CJ그룹의 북미 최대 아시안푸드 공장, 현대제철의 미국 첫 제철소, SPC의 미국 첫 제빵 공장, LS전선의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등 미국에 첫 생산 거점을 짓거나, 기존 공장의 생산 품목·물량을 확대하는 식으로 투자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문제는 그럼 국내 일자리는 누가 만들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처럼 트럼프 취임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세계 정·재계가 동분서주하는데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 출국금지를 비롯해 고위 인사들의 참여가 봉쇄돼 안타깝다.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에게 줄을 대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이 먼저 윤 대통령에게 전화해 미국 해군 함대의 유지보수(MRO)를 한국이 맡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얘기까지 한 터였다. 한국이 미국 해군 MRO와 신규 건조까지 맡으면 350조원 규모의 블루오션이 열릴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시장 확보로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지만 먼 산만 쳐다보는 격이 되고 있다.
미·중 쟁패가 더욱 가열하는 와중에 한국이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을 뒤쫓는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100주년인 2049년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중국몽’을 가열차게 추진하고 있다.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 세력 판도를 흔들어 양측의 충돌로 이어진다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예단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미 중국은 시장 효율성이 하락하는 ‘피크 차이나’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의 대중 수출이 줄고 대미 수출은 늘고 있지만 미국이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만만치 않다. 전방위적 통상외교가 중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대외적으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대내적으로도 사생결단 정쟁에 정책이 올스톱된 초불확실성 시대다. 청일, 러일 간 헤매다가 나라를 잃은 구한말처럼 돼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이 든든해져 신뢰가 강화돼야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