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국을 장악할 상황에 대한 외신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주장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과 보도의 진위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설전의 발단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진짜뉴스 발굴단'(이하 미디어특위)이 지난 25일 낸 보도자료였다. 미디어특위는 먼저 "이 대표의 정국 장악 이후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해외에서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운을 뗐다.
미디어특위는 미국 정부방송(VOA·Voice Of America)에 출연한 리처드 롤리스 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부차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또는 (차기 대선 승리가 유력한) 이재명 정부가 미군 감축, 동맹 약화, 북한 및 중국과의 타협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 '더 힐', '폴리티코', 일본 '닛케이', '아사히신문' 등 복수의 외신이 이 대표의 집권이 한미, 한일, 한미일 관계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고 미디어특위는 주장했다. 특히 미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18일 "좌파 선동가(Leftwing firebrand),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고 했다고도 알렸다.
그러자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국제위원장은 다음 날인 지난 26일 입장문을 내고 "가짜뉴스 생산에 여념이 없었다. 진짜뉴스 발굴단이 아니라 '가짜뉴스 조작단'이 딱 들어맞는 이름"이라면서 미디어특위가 참조로 제시한 외신 기사에 제목, 날짜, 출처 등이 빠졌다고 반박했다.
강 위원장은 특히 미디어특위가 인용한 VOA 인터뷰는 VOA와 별개 매체인 VOA-Korea(VOA코리아)에서의 발언이라면서 "국민의힘이 '미군 감축', '한미일 동맹 걱정' 등 고작 문장 몇 개를 운운하며 가져온 25분 토크쇼의 그 어디 부분에도 이재명 대표가 미군 감축을 하겠다고 했거나, 한미 동맹 약화를 정책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미국이 우려한다는 발언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또 미디어특위가 인용한 '더 힐'의 경우에는 "외신 기사가 아니라 주관적으로 작성된 칼럼"이라며 "심지어 해당 기고문을 쓴 고든 창은 2001년 구조적 개혁에 소극적인 중국 공산당이 수많은 난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어 5~10년 안에 붕괴할 것이라는 내용의 '중국의 몰락(The ComingCollapse of China)'이라는 책을 발간했었다. 이후 본인의 주장이 틀리자, 붕괴 시점을 2012년으로 늘렸고 이 역시 틀렸다"고 했다.
미 파이낸셜타임스가 지난 18일 "좌파 선동가(Leftwing firebrand), 한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수 있다"라는 제목의 보도를 냈다는 미디어특위 주장에 대해선 "'firebrand'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를 포함해 미국과 전 세계 저명한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일상적으로 쓰는 표현으로 긍정적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라고 했다.
그러자 미디어특위는 26일 즉각 다시 입장문을 내고 "이재명 대표님 긁히셨나. 이재명 대표에 대해 우려하는 해외의 시선에 대해 그만큼 신경을 쓰신다는 뜻으로 읽힌다"며 "두 매체(VOA와 VOA코리아)는 본질적으로 같은 매체다. 민주당 국제위원장이라는 분이 이런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모르신다니 놀라울 따름"이라고 했다.
미디어특위는 "자꾸 '원문', '원문' 하시는데 VOA 기사에서 인용한 미국 의회조사국 문건 원문에 나오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평가는 그야말로 처참한 수준"이라며 "'이 대표는 부패, 비리, 선거법 위반, 불법 자금 송금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의 행동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반면 이 대표는 반대했다고 명기했다"고 했다.
'더 힐'의 칼럼을 쓴 고든 창의 이력을 지적한 데 대해선 "폭스뉴스의 유명 패널이며 최근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서 활발히 논평하는 영향력 있는 인사다. 아시다시피 폭스뉴스는 그 관계자들이 트럼프 2기 내각의 국방부 장관과 교통부 장관으로 입각이 거론될 정도로 유력매체"라며 "고든 창 변호사는 반중주의자라는 한마디로 그렇게 간단히 무시할 만한 인물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제목으로 쓴 'firebrand'가 긍정적인 의미로 쓰인다는 주장에 대해선 "좌파 선동가(leftwing firebrand)를 좌파 선동가라고 번역한 것뿐이다. 달리 어떻게 번역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선동가'라는 표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은 좀 의아하지만, 그것은 이재명 대표의 자유이니 여기서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강 위원장은 같은 날 또 한 번 입장문을 올려 "VOA 문의 결과 (VOA코리아와) 별개라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미디어특위가) VOA에서 인용한 패널에 발언을 왜곡, 짜깁기한 것에 대한 반론이 없다", "고든 창의 칼럼을 외신의 기사로 포장한 것에 대한 해명이 없다", "'번역'은 '직역'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 기사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보라" 등 반박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