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여파가 이어지면서 내년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까지 수요가 모두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올해 티메프와 비상계엄 등 예상치 못한 변수에 고전했던 여행업계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내 여행은 고물가 고금리 등 경제 상황에 경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였다. 그에 따라 여행 만족도가 낮아졌고, 이러한 흐름이 이어지면서 가고 싶은 곳마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여행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해외여행의 문이 열리면서 여행수요가 폭증했으나 불과 2년 만에 정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여행 경험률은 2019년의 85% 수준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득 감소, 물가 상승에 더해 낮은 환율이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장중 1486원까지 오른 데 이어 147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위협하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6일 1488원을 기록한 바 있다. 고환율 기조가 꺾이지 않자 여행 심리가 주춤하는 모양새다.
소비자리서치 연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2024-25 국내·국외 여행소비자 행태의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해외여행은 2021년과 2022년 빙하기를 거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엔데믹 이후인 2023년 폭발적인 성장을 보였다. 그러나 2024년 추가 상승의 여력을 잃고 정체 상태에 돌입했다. 여행관심도, 계획률 등 선행지표가 정체 상태에 이르면서 코로나19 전의 수준에 이르기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급감했던 해외여행 관심도는 2023년 소폭 상승했으나 올해 들어 급락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현재의 여행 패턴 변화를 수치화한 지표인 '여행 코로나지수(TCI)'를 보면 국내는 87, 해외는 86으로 거의 같은 수준으로 줄었다. TCI가 기준점 100을 밑돌면 2019년 동기보다 감소했음을, 웃돌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국내 해외 모두 100 이하로 이는 어딘가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마음이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컨슈머인사이트에는 이는 여행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예고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해외여행 계획률은 국내 숙박여행 계획보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3개월 이내 국내 숙박여행을 계획이 있다는 응답의 올해 TCI는 98이다. 반면 해외여행 계획률은 84다. 특히 해외여행 계획률은 2023년도(80)와 큰 차이가 없어 상승세가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컨슈머인사이트 관계자는 "해외여행 계획률은 이미 고점에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해외여행 계획률은 이미 고점에 이르렀다"며 "여행 경험률 역시 크게 증가할 가능성이 희박함을 뜻해 해외여행의 과열 현상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여행 계획률은 경험률보다 높았다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여행 실행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석에 여행업계는 여행심리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환율이 안정화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가 꺾이면서다. 앞서 비상계엄 사태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로 급등했을 때는 당장 수요 감소로 이어지진 않는다고 봤지만 달러 강세가 계속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 변동 폭이 작으면 여행 수요에는 큰 변동이 없다"면서도 "고환율에 따른 경기 침체 분위기가 이어지면 장기적으로 여행 심리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 해외를 막론하고 여행산업 위축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며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래에 잘 대비할 것인지 정확한 현실 인식과 미래 예측에 기반한 정책의 입안과 집행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