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용 클럽’으로 불리던 타이틀리스트가 올해 대중성까지 거머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한국경제신문이 골프존마켓에 의뢰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주요 용품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아이언 부문에서 타이틀리스트의 T시리즈가 3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 9.9%로, 브리지스톤 V300 8(13.0%)과 9(11.5%)을 바짝 추격했다.
○드라이버·아이언에서 ‘질주’
타이틀리스트가 아이언 부문 연간 판매량에서 톱5에 든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브리지스톤 V300 8이 할인을 많이 적용한 이전 세대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신제품으로는 두 번째로 많이 팔린 셈이다.‘골프클럽의 얼굴’이라는 드라이버에서도 크게 성장했다. 전통 강자 테일러메이드(Qi10, 27.6%)와 핑(G430, 22.6%)이 선두를 지킨 가운데 타이틀리스트 GT가 처음으로 4위에 이름을 올렸다. 타이틀리스트는 가장 전문적인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이 브랜드 제품 구매자의 50%가 타이틀리스트 피팅센터 등에서 피팅한 뒤 자기 신체와 스윙 스타일에 맞는 클럽 스펙을 정해 구매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판매량 순위는 더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웨지, 퍼터 부문에서도 강세를 이어갔다. 타이틀리스트의 웨지 브랜드인 보키 SM시리즈는 지난해 처음으로 클리브랜드 RTX 집코어 시리즈를 꺾고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도 신모델 SM10으로 1위 자리를 지켰다. 퍼터 브랜드인 스카티카메론은 ‘국민 퍼터’라고 불리는 캘러웨이 오딧세이의 AI-ONE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신소재·피팅 서비스로 진성 골퍼 공략
타이틀리스트는 골프공 1위 브랜드다. 이번 조사에서도 볼 부문에서 프로V1이 시장 점유율 24.5%를 차지하며 2위 브리지스톤 콘택B(7.0%)를 3배 이상 높은 판매율로 따돌렸다.
클럽시장에서 ‘어렵다’ ‘예민하다’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던 타이틀리스트의 평가는 최근 몇 년 사이 달라졌다. 드라이버는 물론 아이언도 관용성이 크게 올라갔다는 평가가 시장에서 나왔다. 엄주현 아쿠쉬네트코리아 타이틀리스트 클럽사업부 본부장은 “타이틀리스트는 클럽 역할에 따라 그에 맞는 최적화한 신소재를 찾는 것에 노력하고 있다”며 “관용성과 비거리에 샷 컨트롤까지 가능한 ‘밸런스’ 있는 클럽을 개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에 진심’인 진성 골퍼에게 맞춰 오랜 시간 이어온 마케팅도 최근 골프시장 분위기와 맞아떨어졌다. 코로나19와 함께 폭발적 성장을 이룬 골프시장은 엔데믹 이후 거품이 빠지며 진성 골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타이틀리스트는 전국적으로 전문 피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팅센터(TPC)와 피팅 스튜디오(TFS)를, 서울 성수동에는 선수에게 제공하는 투어밴 수준의 서비스가 특징인 ‘시티투어밴’을 운영하고 있다. 엔데믹 이후 브랜드 관여도가 높고 골프 스코어를 줄이기 위해 시간과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는 골퍼들의 호감도를 타이틀리스트가 빨아들인 배경이다.
‘전통 강자’ 테일러메이드와 핑은 여전히 시장을 주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이버에서는 테일러메이드와 핑이, 우드와 유틸리티에서는 핑과 테일러메이드가 각각 1, 2위를 나눠 가졌다. 여성 클럽시장에서는 ‘젝시오 천하’가 이어졌다. 젝시오의 XXIO13은 드라이버, 우드, 유틸리티, 아이언 모두에서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