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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협상력이 주는 ‘차별적 가치’[IGM의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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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



“1개월 후에 A 기업 담당자와 미팅이 있는데, 협상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려줘.”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협상 시뮬레이션이다. 요즘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대부분의 활동에 AI는 이미 기본 옵션으로 장착돼 결과와 성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신선하게 느껴졌던 자동화와 데이터 분석 도구들은 이제 익숙한 단어로 바뀌었다. 이런 빠른 변화 흐름 속에서 AI 에이전트라는 한 단계 진화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영화 속 상상에서 경험해 본 ‘나만의 자비스’가 현실화하며 인간의 의사결정을 돕는 주요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거스를 수 없는 AI의 메가 트랜드 속에서 오히려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전략적 의사소통의 핵심인 ‘협상력’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인간만이 가진 통찰과 감각이 요구되는 딜레마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한계와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과 툴(Tool)은 진화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인간의 고유 영역, 특히 사람 간의 상호작용 과정에서는 데이터의 유무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판단, 의사결정, 설득, 그리고 상대방과의 공감 및 소통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이미 수년 전 향후 10년간 가장 중요한 비즈니스 기술 중 하나로 협상력을 꼽았다. 매켄지 등 주요 연구기관 역시 AI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과 AI, 그리고 인간과 인간 간의 ‘하이브리드 협업’이 강조되는 시대를 전망하며, 기술 기반의 데이터 활용과 인간적 통찰력이 결합한 ‘협상 능력’의 중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리포트에서도 ‘사회적 기술과 능력’, 즉 협상력이나 설득력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사회적 능력을 갖출수록 실제 임금도 더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즈니스 환경도 매우 빠르게 변화하며 복잡성이 증가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고 조정해 나가는 과정에서 고도화된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스킬이 필수가 되고 있으며 협상력에 대한 관심 역시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 높아지고 있다.

기술혁신의 혜택을 극대화하면서도 인간 고유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AI 시대, 협상력은 단순한 기술적 숙련을 넘어선 차별화된 경쟁력의 중심에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떤 것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까. 세 가지 메시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1. 인간 중심의 심리적 통찰
AI가 풍부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분석을 해준다고 해서 인간의 심리적 요소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디지털 시대가 심화하는 여정에서는 인간 고유의, 인간적인 접근 방식이 더욱 큰 가치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의 감정, 동기, 우려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를 쌓는 과정은 AI가 아닌 인간의 영역이다. AI의 힘을 빌릴 수 있으나 결국 소통과 공감의 과정이 핵심이라는 것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리포트에 따르면 “심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협상가는 갈등 상황에서도 성공 확률이 40% 이상 높아진다”는 결과가 있다. 감정 협상, 감성 협상이라는 키워드가 협상에서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다. 최근 글로벌 협상 트렌드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협상 기술의 고도화와 인간적 요소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2.협상 전략을 디자인하는 능력
협상은 과학일까, 예술일까. 과거에 협상을 배우러 온 분들에게 한 질문이다. 그때는 답이 분분했다. 지금은 협상을 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다. 전체적인 소통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그런데도 협상력의 차이는 크게 발견된다.

협상을 잘하기 위한 스킬을 정말로 많이 알고 있음에도 고민하는 분이 있어 호기심이 발동하여 이야기 나누다 보면 아쉬움을 느끼는 점이 바로 전략이 없다는 것이다. 스킬과 기교가 협상을 강하게 만들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굉장히 입체적이고 복잡한 상황에서 다양한 데이터의 가치를 활용해 협상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가, 협상의 판을 설계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협상가들이 놓치지 않는 핵심이다.

딜로이트의 보고서 ‘AI와 협상의 미래’의 일부를 보면 데이터 기반 협상 전략을 활용한 기업은 계약 성사율이 평균 30% 높았다. AI 시대의 성공적인 협상가는 데이터를 활용해 상대방의 관심사와 시장 동향을 정확히 파악하고 스토리를 짜고 이를 바탕으로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쥔다.

3. 창의적인 협상 능력
AI 시대에는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대안을 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하는 능력이 더 필요할 것이다. 복잡한 상황에서 양측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조건의 나열과 분석이 아닌 상대방과 나의 인터레스트와 가치를 들여다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말처럼 쉽지만은 아닌 이유는 창의적인 문제해결이 기존의 성공 방정식과 경험에서 나오기보다는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회와 가능성을 갖고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AI와 AI 에이전트는 더 빠르게 진화하고 많은 것들을 바꿔 나갈 것이다.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의 변화도 커질 것이다. 이 상황에서 소통의 질과 방식도 변화를 많이 겪을 것이다.

많은 이들이 여전히 협상력을 단순한 기술이나 기교로 여긴다. AI 시대의 협상력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과학적인 접근과 유연함이 주는 인간 중심의 심리적 통찰과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결합한 통합적 역량이다. 또한 협상은 단순히 이익을 주고받는 과정을 넘어 양측이 미래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혹자는 너무 억지가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에게 달렸다. 단, 미래의 경쟁력을 고민하고 있다면 준비할 필요가 있다. AI 시대의 AI 에이전트는 반드시 챙겨야 하는 기술이자 도구이다. 모든 기술이 그래왔듯이 사용자들 입장에서 보편화되고 상향 평준화되는 어느 시점은 반드시 올 것이다. 이러한 것을 예상해 볼 때 더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해결해나가는 협상력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피터 드러커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소통가가 될 것인가. 지금 당신의 협상력은 AI 시대를 위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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