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의회 의장 선출 투표에서 이탈표를 막기 위해 사전에 약속한 투표용지 위치에 이름을 적는 방식으로 사실상 '기명투표'를 공모한 전·현직 시의원들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항소6-3부(김은정 신우정 유재광 부장판사)는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전·현직 시의원 3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각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A씨 등에게 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경기 안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이던 A씨 등은 2020년 의장선거에서 B시의원을 의장으로 선출하기로 공모했다. 이를 위해 투표용지의 상·하·좌·우 등 가상의 구획을 나눠 의원별로 기표할 위치를 미리 정하고, B시의원의 이름을 기재하는 방법으로 투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이탈표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합의대로 투표하지 않는 의원이 발생할 경우 같은 당 소속 감표위원이 사후에 누구인지 확인이 가능하게 해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야 할 의장선거를 사실상 기명·공개투표로 치르기로 공모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의 공모로 B시의원은 결국 의장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이후 총 21표 중 10표 이상 무기명투표 원칙 위반으로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 선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A씨 등과 공모하지 않은 다른 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 투·개표 업무에 관한 감표위원, 무기명 투표 원칙에 따라 의장선거를 공정하게 진행하는 사무국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각각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A씨 등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되자 대법원에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른 당 소속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 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해 항소심 재판부로 파기 환송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모하지 않은 의원들은 본래의 의도대로 투표했을 뿐 피고인 등의 행위로 인하여 오인, 착각, 부지를 일으켜 그릇된 처분이나 행위를 했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공소사실 중 이 부분에 대한 공무집행방해죄는 무죄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시의원인 피고인들이 위계로써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와 관련한 공무를 방해한 것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들은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밝혔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