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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좌초" 리더십 공백에 상속세 개편·기업지원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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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감세, 임시투자 세액공제 연장, 밸류업 인센티브 등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추진해 온 세제 개편안이 대부분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비상계엄으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정책이 줄줄이 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세제 개편 자체가 지나치게 감세에 치중하면서 애초 야당과 합의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25년 만에 추진했던 상속세 개편안은 전면 중단됐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25년 만에 추진한 상속세 개편 좌초
앞서 정부는 상속세 최고 세율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고, 중견·중소기업이 수도권에서 지방의 기회발전특구로 이전하는 경우 해당 기업 소유자의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내용으로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당이 이를 ‘부자 감세’로 규정하면서 부결됐다. 최대주주 보유주식을 20% 할증 평가해 상속·증여재산을 평가하는 안을 폐지하려던 계획도 '백지'가 됐다.

경제계는 현행 상속세율이 과도해 기업의 계속성과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부작용이 크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5가지 이유로 △기업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저해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괴리 △이중과세 소지 △탈세유인 등을 제시했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로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60%)로 기업승계시 경영권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돼 실제 상속세율은 60%다. 상의는 "60%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40%로 감소되어 외부세력의 경영권탈취 또는 기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이유로 상의는 과중한 상속세가 기업투자 약화, 주가부양 제약 등 경제 역동성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상속세가 전 세계 표준과 괴리가 크고 납세자 부담이 수긍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1997년 45%, 2000년 50%로 계속 인상됐으며, 최대주주 할증과세시에는 최고세율이 60%다. 이에 반해 G7국가들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이중과세 문제도 지적됐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생애소득에 대해 최대 49.5%의 소득세(지방세 포함)를 차감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 재차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소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조세저항을 받고 있다.
기업은 밸류업 "자사주 매각·배당"공시 했는데
국회는 세제 지원 부결

정부가 한국 증시 부양을 위해 추진했던 밸류업 정책도 각종 세제 혜택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배당·자사주 소각 등 주주에 환원한 금액의 5%를 초과하는 증가분에 세액공제를 해주는 주주환원 촉진 세제가 대표적이다. 주주환원을 확대한 상장기업에서 받은 현금배당의 일부를 저율로 분리과세할 수 있도록 한 배당소득 과세특례도 불발됐다. 밸류업 노력을 한 중견기업은 매출 규모와 무관하게 모두 가업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법안도 백지화됐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이 수천억 원, 수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 방침을 발표했는데, 기업의 밸류업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정부가 약속했던 세제지원은 정작 없던 일이 됐다”며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서 발표한 밸류업 공시도 계엄, 탄핵 이슈에 묻힌 탓에 공시 후에도 주가 흐름이 부진한 것을 보면 씁쓸하다”고 말했다.
여야 견해차 없던 정책도 무산 위기
여야가 '한뜻으로' 추진했던 정책들마저 좌초됐다. 국회와 정부가 잠정 합의 단계까지 갔던 세법 개정 사안들도 모두 잠정 합의 단계까지 갔던 세법 개정 사안들도 모두 무산 위기에 처했다.

여야는 앞서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했다. 여야는 반도체 기업에 적용되는 세액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높이기로 합의했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산업계에선 세계 각국이 반도체 지원에 나서는 가운데 여야가 어렵게 합의한 안이 무산되고 반쪽자리 K칩스법이 통과돼 아쉽다는 반응이 나왔다.

신규 설비투자를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역시 올해 종료된다. 임시투자세액공제란 기업이 직전 3년간 연평균 투자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할 경우 증가분에 대해 10%p를 추가로 공제해 주는 제도다. 올해 말 일몰되는 이 제도를 연장하기로 약속했지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본회의까지 올라가지도 못한 것이다.

경제계는 지난23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여야 모두 민생 안정에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데 초당적 협력을 통해 무쟁점 법안만이라도 연내 통과를 시켜달라"며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이 정상 작동하고 있다는 긍정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우리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 보다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기 않도록 해야한다”며 “반도체, 미래차, 이차전지 같은 국가전략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하며,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 연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기업에 부담을 주는 상법 개정과 법정 정년 연장에 대해서도 정부의 대응을 요청했다.

한 권한대행은 “내년 상반기 전체 예산 75%를 배정해 신속히 집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대외신인도 관리, 통상 대응, 예산안 조기 집행 등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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