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의 시대다. 1990년대 미국에서 등장한 ETF는 거래소에 상장해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펀드를 말한다. 펀드 매니저가 운용하는 뮤추얼 펀드보다 수수료가 낮고, 환매를 기다릴 필요 없이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아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특히 해외 주식, 테마 주식, 인버스, 채권, 금, 원유, 비트코인 등 어떤 자산이든 ETF로 투자할 수 있어 투자의 문턱을 크게 낮췄다.
<ETF 투자 7일 완성>은 ETF를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서다. ETF 구성 원리부터 종류, 세금과 수수료, 구체적인 투자 섹터,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 국가별 지수 ETF의 특징 등을 쉽게 알려준다. 책을 쓴 신성호는 한국투자신탁운용, IBK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등에서 12년 동안 펀드 매니저로 일한 뒤 신한은행 투자상품부로 자리를 옮겨 6년 동안 투자상품 전략을 제시했다. 지금은 한국경제신문에서 KEDI 지수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KEDI 지수를 추종하는 28개 ETF 순자산은 최근 3조원을 넘었다.
요즘 주식시장은 개별 기업 실적보다 ‘테마’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뜨거운 관심을 받았을 때 엔비디아가 ‘대장주’ 역할을 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장비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를 파는 케이던스, AI 서버 구축을 돕는 오라클 등이 다 같이 올랐다. 이럴 때 AI 관련 주식에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테마 ETF가 제격이다. 원자력, 비만치료제, 로보틱스, 방위 사업 등 다양한 테마형 ETF가 있다. 서로 다른 분야의 기업인 테슬라와 엔비디아에 동시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책은 요즘 인기가 많은 커버드콜 ETF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한다. 커버드콜 ETF는 기초자산을 매수하면서 콜옵션을 매도해, 일정 수준의 수익을 꾸준히 내는 구조의 ETF를 말한다. 시장이 뚜렷이 상승 또는 하락할 때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지만, 횡보장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TF 투자를 잘하는 사람은 다양한 종류의 ETF를 재료로 자기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레고 블록을 조립해 자기 맛의 레고 작품을 만드는 식이다. 책은 ETF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말한다. 투자자 성향에 맞는 여러 포트폴리오를 예시로 제시해, 초보자도 쉽게 따라서 할 수 있다.
입문서인 까닭에 모든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매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매도’인데 ETF를 언제 매도할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은 다루지 않는다. 또한 ETF는 개별 기업처럼 가치 평가(밸류에이션)가 어려운데 자칫 고평가된 ETF를 고점에서 매수할 위험이 있다.
미국에선 헤지펀드들도 ETF에 투자한다. 바꿔 말하면 개인 투자자도 이제 ETF를 활용해 헤지펀드처럼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뜻이다. 이 책은 그 첫걸음을 열어주는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