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4일 15: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작년 대비 약 15% 성장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가 늘면서 공모금액이 증가했다. 반면 코스닥 시장은 ‘찬바람’이 불고 있다. ‘파두 사태’의 영향으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의 심사 기준이 높아지면서 미승인을 받거나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서다. IPO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던 벤처캐피탈(VC) 업계는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코스피 ‘대어’ 상장 줄이었는데...
올해 공모주 시장이 마무리에 들어섰다. 24일 NFC(근거리무선통신) 칩 설계기업 쓰리에이로직스에 이어 26일 의료장비 기업 파인메닥스의 코스닥 시장 상장만 남겨뒀다. 다음달 8일 육가공 플랫폼 기업 미트박스글로벌에 대한 기관 수요예측을 시작으로 기업공개가 재개될 예정이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기업은 IPO를 통해 총 3조8614억원(스팩 제외)의 공모자금을 모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7개 기업이 상장해 1조8467억원을 끌어모아 지난해(1조870억원) 대비 70%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금액 7426억원으로 조단위 ‘대어’인 HD현대마린솔루션을 비롯해 게임기업 시프트업(4350억원), 더본코리아(1020억원) 등이 상장에 성공하면서 총 공모금액이 늘어났다. 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 기간이 줄어들자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기업이 코스피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매년 증가하던 코스닥 시장의 상장기업 수는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스닥 시장의 공모금액도 올해 2조173억(70건)으로 집계돼 지난해 2조2561억원과 비교해 약 10% 감소했다.
내년 특례상장 더 힘들어질듯
코스닥 시장은 VC들의 회수금 창구이자 성장기업의 자금 모집 창구 역할을 해왔다. 거래소는 성장사다리 정책을 펴면서 기술특례 상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국내 사모시장 특성상 중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세컨더리 및 인수합병(M&A) 시장 규모가 작아 IPO시장을 대체하기 힘들었다.하지만 올 들어 바이오 등 기술특례상장제도를 이용한 기업들이 거래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상장이 좌절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매출 뻥튀기로 주가가 급락한 ‘파두사태’ 이후로 거래소가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나오지 않은 기업에 대해 깐깐하게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거래소 심사에서 미승인을 받거나 도중에 상장을 철회한 기업 수는 48곳으로 종전 최고 기록인 2021년(40건)을 넘어설 정도로 거래소 심사 기준이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내년에도 기술특례상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파두사태’에 따른 규제기관의 강도 높은 심사의 영향으로 코스닥 시장 상장이 쉽지 않은 분위기”라며 “스타트업과 VC업계가 자금 유치 및 투자금 회수에 애를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