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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 배우' 최재림의 위기…뮤지컬 '겹치기' 고름 터졌다 [연계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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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연계 화두로 떠오른 단어는 바로 '겹치기 출연'이다. 한 명의 배우가 동시에 여러 작품에 중복해서 출연하는 이른바 '겹치기'로 직접적인 관객 피해가 생겨나면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공을 쏘아 올린 건 배우 최재림의 컨디션 난조였다. 최재림은 지난 20일 '시라노' 무대에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1막만 소화하고 끝내 2막을 해내지 못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관객들은 최재림이 시작부터 불안하게 노래했고, 1막 마지막에는 처절해 보이기까지 했다고 증언했다.

휴식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문제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공연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었다. '시라노' 외에 '킹키부츠', '시카고'까지 병행하고 있었던 탓에 공연 '줄취소'가 불가피했다. 결국 캐스팅이 변경됐고, 24일 박칼린·민경아 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콘서트도 최재림 대신 마이클리가 무대에 오르게 됐다.

최재림은 올해만 5개 작품에 출연한 뮤지컬계 대표적인 '다작 배우'다. 이를 위해서는 공연을 겹쳐 진행할 수밖에 없다. 최재림 이슈로 떠들썩한 가운데 뮤지컬 '명성황후'와 '광화문연가'를 함께 소화 중이었던 차지연 역시 건강 문제로 두 공연에 모두 영향을 미치면서 '겹치기' 출연에 대한 비판은 더 거세졌다.

겹치기 출연이 공연 퀄리티 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관객들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티켓 가격은 몇 년 새 계속 오르고 있는 반면 관객 만족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뮤지컬 마니아 관객 A씨는 "건강 문제는 언제든 생길 수 있는 거지만, 무리한 스케줄로 작품에 타격을 주는 것과는 별개"라면서 "비싼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가는 만큼 기대치가 높은데 동시다발적인 출연은 작품과 관객을 대하는 진정성 문제로 이어지지 않나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배우들의 사과 방식을 두고도 이야기가 나온다. 과거 옥주현이 '위키드' 공연 도중 목에 이상이 생겨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 오열하며 사과한 일까지 재소환됐다. A씨는 "인스타그램 취소 공지가 만능 입장문처럼 쓰이는 것도 관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전히 뮤지컬 시장은 매진이 잇따르는 흥행 시장임이 분명하지만, 이 같은 고질적 문제가 마니아 관객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작이 많았던 올해 이미 회전문 관객(같은 공연을 반복해 보는 관객)의 관람이 줄고, 일회성에 그치는 일반 관객의 유입이 증가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일반 관객은 시장 규모를 키우는 요인이지만, 반대로 공연 컨디션에 따라 마니아층보다 더 쉽게 이탈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어 '한 번의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다.


업계에서는 '곪은 게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연 관계자 B씨는 "제작사는 대관·흥행·홍보를 위해서 네임 밸류 있는 배우들이 필요하고, 배우들은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는 직종"이라면서 "오디션 공고, 배우 계약서 등에 연습 및 공연 중 타 공연과 병행할 수 없다는 문구가 관례로 쓰이지만, 실제로 거의 지켜지지 않고 구속력이나 강제성도 잃은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어 "시장이 작으니 배우 중심으로 돌아가게 된다. 공연 기간은 보통 3개월로 짧고, 2~3년마다 재공연을 올린다. 배우들이 쉬지 않고 공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공연을 오픈하고 다음 공연 리허설에 곧바로 들어가야 한다. 더블, 트리플 캐스팅이 기본 구조라 겹치기가 가능해졌고 점차 그 범위와 빈도도 늘어났다"면서 "한국 공연계에 너무나 효율적인 시스템인 게 독"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 C씨는 "겹치기 출연이 예전부터 있긴 했지만, 뮤지컬 1세대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스타 마케팅이 점차 중요해지면서 트리플에 쿼드 캐스팅까지 오게 된 거다. 배우 한 사람의 잘못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해결하려면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작품보다는 배우를 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 돈이 벌리는 구조이니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스타 마케팅을 하는 산업구조 안에서는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선택권이 있는 배우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B씨 역시 "모험과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게 되면서 공연이 제공할 수 있는 극 관람 경험이 다양해지지도 못하고, 관객층이나 극 관람 양상이 다양하거나 두터워지지도 못한다"는 업계 환경을 조명하며 "한국 공연계의 특수한 구조에서 탄생한 시스템이다 보니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경각심을 갖고 보다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실행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는 생각을 전했다.

일각에서는 현장에서 공연 중단 피해를 본 관객들에 대한 110% 환불을 지적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따른 것이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 등을 고려하면 원 티켓값에 10%를 더한 게 적절한 수준이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C씨는 "명백한 귀책이고 공연을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액 환불은 당연하다. 다만 관객 입장에서는 10%라는 수치가 10만원을 주고 산 티켓에 1만원을 더 주는 셈이니 택시비도 안 나오는 거라 와닿지 않을 수 있다"면서 "교통비를 추가로 지원하거나 다른 회차 관람권을 지급하는 등이 대안이 있겠지만 이 역시 당연한 게 아니고, 기획사에 강요할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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