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텔레그램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파벨 두로프 텔레그램 창업주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와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올해 텔레그램이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가 넘는 연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두로프 CEO는 "내가 예상했던 대로, 2024년은 텔레그램에 매우 좋은 한 해로 드러났다"면서 "3년간의 수익화의 역사 중 처음으로, 텔레그램은 수익을 낼 수 있게 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이 가지고 있던 20억 달러(약 2조9000억원)의 빚 중 상당 부분을 갚았다고 밝혔다. 텔레그램은 2013년 서비스 시작 이후 한 차례도 흑자를 내지 못했는데, 올해는 창사 11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텔레그램은 지난해 2억5900만 달러(약 3762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원래 텔레그램은 모든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했다. 벤처캐피탈(VC)로부터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오랫동안 두로프의 사비로 운영됐다. 2021년부터는 유료 구독 서비스와 광고를 도입해 수익화 모델을 도입했다. 두로프 CEO에 따르면 텔레그램의 유료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이용자 수가 1200만명으로 전년보다 3배로 늘었다.전 세계 텔레그램 이용자 수는 9억5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암호화폐 사업의 성과도 호실적에 영향을 줬다. 텔레그램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자체 개발한 가상화폐 톤코인을 포함해 올해 수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자산을 판매했다. 앞서 지난달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텔레그램의 디지털 자산이 작년 말 약 4억 달러(약 5810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3억 달러(약 1조 8883억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램은 철저한 암호화·익명화로 이용자의 비밀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앞세워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급성장했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에서 텔레그램이 성범죄나 허위·조작 정보 확산에 악용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텔레그램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커졌다. 텔레그램 측은 이용자의 익명 보장을 이유로 각국 수사기관의 범죄 수사 협조 요청도 거부해왔다.
지난 8월 프랑스 정부는 범죄 방조와 가짜 정보 유통 방치 등 12가지 혐의로 두로프 CEO를 체포했다. 당시 그는 예비기소 처분을 받았는데, 프랑스법 상 예비기소는 범죄 혐의가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지만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경우 내리는 준기소행위에 해당한다. 보석을 통해 풀려난 두로프 CEO는 일주일에 두 차례 의무적으로 경찰서에 출석해야 하며 출국은 금지된 상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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