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공연으로 기대를 모은 오페라 ‘어게인 투란도트 2024’(투란도트·사진)가 개막 직전 연출가의 갑작스러운 하차 선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투란도트 연출을 맡은 다비데 리버모어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에서 공연할 투란도트 프로덕션의 예술적 결과물과 완전히 결별한다”며 “나의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개막한 투란도트 첫 공연을 코앞에 두고 하차를 선언한 것이다.
리버모어는 “제작진과 연출가 사이의 건설적 대립은 일반적이지만, 이번 경우에는 그런 협력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는 협력이 아니라 비전문적이고 아마추어 수준의 권위주의적 강요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제작진은 장이머우 감독의 공연 무대 동선을 복사하도록 강요받았으며, 이는 전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제작진의 결정이 그간 자신이 이탈리아 등에서 선보여온 연출과 기획 의도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박현준 총예술감독이 합의된 계약상의 지급 의무도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연을 제작한 ‘2024 투란도트 문화산업 전문회사’는 “연출가 측은 제작진의 의도를 듣지 않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투란도트를 연출하려고 했다”며 “제작진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인데, 상식에서 크게 벗어난 행동을 저질렀다”고 반박했다.
이어 “(리버모어는) 연출에 관해 단 한마디도 도움을 준 것이 없다”며 “무대 준비가 한창인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런티를 요구해 박 감독이 불가 입장을 밝혔고, 협박성 발언도 해 형사 소송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박 감독은 “이와 같은 언행은 한국 공연계와 오페라계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문화·예술계에 경종을 울려야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 오면 유럽 및 현지 개런티의 세 배를 요구하는 그들의 습성과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란도트는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 자코모 푸치니의 대표 작품이다. 박 감독은 2003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이를 공연해 ‘야외 오페라 붐’을 일으킨 바 있다.
이 여파로 이날 개막도 순탄치 않은 분위기였다.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겨 공연을 시작해 일부 관객이 환불을 요구하는 등 항의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