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가세 ‘주춤’
22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4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46만1000명, 전체 인구의 0.9%로 추정됐다. 전년보다 1.0% 늘었지만, 이 증가율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낮았다.부자 10명 중 9명(42만2000명)은 10억원 이상 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였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3%(2만9000명), 300억원 이상인 초고자산가는 2.2%(1만1000명)였다. 서울(45.3%)과 경기(22.1%), 인천(3.1%) 등 수도권에 거주하는 부자 비중이 70.4%에 달했다.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 총자산 가운데 금융자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부자의 총자산에서 금융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로 전체 가계(16.8%)보다 약 2.3배 높았다. 세부적으로 부자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거주용 주택(32.0%), 현금·수시입출금식예금 등(11.6%), 거주용 외 주택(10.9%), 빌딩·상가(10.3%), 예·적금(8.7%), 주식(7.4%) 순으로 나타났다. 작년과 비교하면 주식과 거주용 외 주택 비중이 0.8%포인트씩 상승했다.
부자들은 분산투자와 장기투자 원칙을 고수했다.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인 부자의 25.0%는 국내 주식에 20년 이상 투자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평균 6.8개 국내 주식 종목을 보유했다.
국내 주식 선호 ‘눈길’
연구소는 7월 31일부터 9월 6일까지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이 각각 10억원을 초과한 부자 400명을 면접했다. 이들 가운데 52.3%는 ‘내년 국내 주식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해외 주식(34.8%)보다 국내 주식 투자 의향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미국 등 주요국 증시와 비교해 국내 주가 상승률이 낮았다는 점에서 저가 매수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자들이 국내 주식에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은 평균 16.9%로 해외 주식(16.0%)과 펀드(14.5%), 채권(12.8%) 대비 높았다.한국 부자는 향후 1년 이내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도 주식(35.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금·보석(33.5%), 거주용 주택(32.5%), 거주용 외 주택(31.3%), 빌딩·상가(21.3%) 등이 뒤를 이었다. 3∼5년 중장기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는 유망 투자 대상은 거주용 주택(35.8%), 주식(35.5%),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0.3%)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부자들의 전체적인 투자 기조는 ‘현상 유지’가 주를 이뤘다. 내년 주식투자 금액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이 63.0%에 달했지만 투자액을 늘리겠다는 비중은 15.3%에 그쳤다. 지난해(21.0%)와 비교하면 주식에 추가 투자하겠다는 응답은 5.7%포인트 하락했다. 금융자산을 20억원 보유한 40대 남성 A씨는 “경기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전쟁 등 불확실성 요인도 끊이지 않고 있다”며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해 주가가 하락하면 그때 추가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