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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대북 외교서 트럼프에 패싱당할 우려…양국 긴밀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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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 혼란을 국내만큼이나 우려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부터 탄핵 국면, 여야 갈등까지 방송, 신문 가릴 것 없이 연일 머리기사로 보도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손꼽히는 국제정치 석학인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69)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한·일 협력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는 대표적 ‘미들 파워’ 국가인 일본과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대중 정책에 대응해 더욱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국 계엄 사태를 어떻게 봤습니까.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개인의 성격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 자체는 한국의 민주주의와 무관합니다.”

▷한국 정치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한국의 여야는 극한 대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물론 경제, 외교, 안보까지 발목을 잡고 있죠. 이대로는 한국의 국가적 과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 국민에게 뿌리내린 민주주의, 시장경제 발전, 한반도 분단 현실, 미국·중국·러시아라는 ‘3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현실, 국제사회에서의 선진국 역할 등에선 보수나 진보에 관계없이 내정과 외교의 공통 기반으로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우려도 큽니다.

“일본과의 관계 역시 일정한 합의에 기반해 구축돼야 합니다. 지금은 유감스럽게도 (양국 관계가) 보수와 진보 간 정치적 대립의 재료가 돼버렸죠. 문제는 한국의 진보 세력엔 ‘역사 문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는 데 있습니다.”

▷과거를 덮어야 한다는 건가요.

“식민지 역사와 일본의 군국주의 역사에 부정적인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 유·무형의 연속성을 오늘날의 일본에서 찾으려는 태도는 일·한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의 외교 전략과 국익을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하면 일·한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진보는 일본의 보수와, 일본의 보수는 한국의 진보와 어울리는 법을 각각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한·일 갈등은 경제 문제로 이어집니다.

“일본과 한국의 경제 관계는 정치·외교 문제와 전혀 별개입니다. 일·한 경제 시스템은 시장 통합을 목표로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서로 발전했죠. 경쟁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자유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이상 라이벌 관계도 ‘플러스섬’의 결과로 이어집니다. 경제협력은 계속해야 합니다.”

▷트럼프 2.0 시대 한·일 과제는 무엇입니까.

“트럼프 당선인은 일·한을 패싱하고 두 나라 머리 위에서 북한과 딜 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외교팀은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군비 관리 합의를 목표로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한·미 3국 안보협력을 약화하고 교란할 것입니다. 일본과 한국이 긴밀히 협의하고 협력해야 할 필요가 더욱 커졌습니다.”

▷북·러 관계도 깊어졌습니다.

“트럼프 외교팀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한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4개국의 결속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전을 통해 이들 국가의 결속을 약하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정책이 강경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최대 라이벌로 규정하고 경제적 디커플링과 군사적 억제 전략으로 맞설 겁니다. 미국 한 나라만으로는 대처할 수 없는 만큼 동맹국의 기여를 강하게 요구할 거예요. ‘미국 우선주의’ 전략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미국의 부담 경감’이란 점에서 동맹국에 대한 요구는 그만큼 높아질 겁니다.”

▷트럼프와 어떤 외교를 해야 할까요.

“일본 정부가 2022년 세운 ‘국가안전보장전략’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전략은 친화성이 매우 높은 만큼 일본은 기본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요청에 응할 겁니다. 한국은 만약 민주당이 집권하면 대응하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 경우 일본도, 한국도 (친미·반미의) 극단적 측면이 있는 만큼 적절한 중용을 찾아야 합니다.”
소에야 명예교수는
韓·日·호주 3각 축으로 '미들 파워' 외교 주장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미들 파워 외교> 등 저서로 유명한 국제정치학자다. 일본에서 가장 균형 잡힌 외교 전략가로 꼽힌다. 일본 총리실, 외무성, 방위성, 경제산업성 등의 각종 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일본의 미들 파워 외교>를 한국어판으로 번역한 인물이 현 박철희 주일한국대사다.

전후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은 ‘전쟁 포기 조항’인 헌법 9조와 미국에 의존하는 미·일안보체제 조합으로 이뤄져 왔다. 소에야 교수는 전후 일본 외교를 ‘미들 파워’(중견국) 외교로 봤다. 일본이 헌법이나 미·일안보조약을 넘어설 수 없는 외교는 애초에 강대국 외교가 아니라는 것이다.

강대국이 벌이는 권력정치 무대에서 한발 물러서 다자간 협력으로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자는 것이 소에야 교수가 주창하는 미들 파워 외교의 핵심이다. 그는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 등 ‘3강’의 역학관계가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가운데 미들 파워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

소에야 교수가 주목하는 나라는 한국과 호주다. 일본 한국 호주 등 3국이 미들 파워 네트워크의 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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