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고른 주식들에 투자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올 들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엄선해 꾸린 액티브 ETF를 모두 제친 셈이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KODEX 미국서학개미' ETF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89.19%다. 이는 국내 상장돼 있는 ETF 총 849개(레버리지·인버스 제외) 가운데 최고 성과다. 두 번째로 수익률이 높은 ETF도 같은 콘셉트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84.38%)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8.01% 하락했고 코스닥지수는 22.27% 밀렸다. 코스닥 기준으로 보면 서학개미 ETF가 시장지수를 무려 111%포인트 초과하는 성과를 낸 것이다. 이들 서학개미 ETF 2종을 비롯해 연초 이후 ETF 수익률 상위 17종은 전부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집계됐다.
삼성운용의 'KODEX 미국서학개미'와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는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매달 서학개미들의 매수 상위 종목을 확인해 종목을 바꾸거나 비중을 조절하는 식이다. 미국시장에 투자하고 싶지만 어떤 주식에 투자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주 타깃층이다.
콘셉트가 같은 두 상품의 수익률도 서로 다른 이유는 전략적 차이 때문이다. 한투운용의 ETF가 △많이 사는 주식 △많이 거래하는 주식 △많이 보유 중인 주식 등 조건을 모두 고려한 반면 삼성운용 ETF는 '많이 보유 중인 주식'에만 집중했다. 또 삼성운용은 공격적으로 종목을 편입했지만 한투운용 ETF는 3년 연속 적자 기업을 빼는 등 재무건전성이 확보된 기업으로만 꾸린다는 전략을 폈다.
지난해 12월 이들 상품 출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시장 일각에서는 우려도 많았다. 특정 섹터나 테마로 분류한 게 아닌 데다, 데이터 기반의 특정 운용전략을 기반으로 한 것도 아니어서다. 때문에 단순 서학개미 포트폴리오로 만든 ETF가 투자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을지 의문을 샀다.
하지만 1년 뒤 따져 본 성적표는 서학개미들의 압승이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시장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ETF뿐 아니라,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종목을 넣고 빼 알파 수익을 추구하는 액티브 ETF들도 제친 것이다. 미국 빅테크(대형 기술주) 그룹인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아마존닷컴·알파벳·메타 플랫폼스·테슬라) 전 종목이 올 들어 신고가 행진을 이어온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고점 우려에도 미국 주식이 여전히 유망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파생상품 분석팀은 최근 투자자 서신을 통해 "지난 2년간 챗GPT가 촉발한 AI붐으로 관련주들이 랠리를 펴며 역사적으로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과도하게 확대됐다"면서도 매그니피센트7에 계속 투자할 것을 권했다. 이 팀은 "금리 인하와 AI 열풍이 이들 주식 상승세를 유지시킬 것"이라며 "그동안에도 미국 기술주, 나아가 미국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건 손실을 불러온 선택이었으며 내년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도 "이미 너무 가파르게 오른 탓에 고점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위험하다고 하기에는 내년 기업들 이익증가율 전망치가 좋다. 우려는 늘 있었고 미국 주식은 매번 올랐다. 숫자로 뒷받침되는 만큼 지금 미국 주식을 사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짚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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