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영하 12도를 기록한 지난 19일 수도권 전철 1호선 용산역 광장에는 구세군 종소리만 외롭게 울렸다. 모금을 독려하는 봉사자의 목소리에도 바삐 걸어가는 시민 대부분이 구세군 냄비를 그대로 지나쳤다.
경기 불황으로 연말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는 기부마저 줄고 있다. 시민 개인기부와 기업 단체기부가 위축되면서 기부금 모금 단체들도 목표치를 낮춰야 할 처지다. 달동네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탄 기부도 예년 같지 않아 취약계층의 겨울나기가 더 힘들어질 전망이다.
20일 구세군 관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연말 기부액이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11월에 이어 12월도 전년 대비 기부액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까지 구세군 모금액은 13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가량 줄었다. 구세군 기부금 총액은 2022년 212억원에서 지난해 177억원으로 조금씩 감소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계엄·탄핵 정국까지 겹쳐 기부 심리는 더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날 용산역에서 자선냄비에 3000원을 기부한 시민 김모 씨(62)는 “구세군 종소리가 들리면 매번 얼마라도 넣었는데, 지금은 나라도 어렵고 경제 상황도 나쁘다 보니 다들 기부할 생각을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연탄 나눔도 대폭 감소했다. 기업과 정부 차원의 연말 대규모 후원이 끊기다시피 했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매년 목표하는 연탄 기부량은 300만~400만 장 사이인데 올해는 최저 수준인 300만 장으로 목표를 잡았다”며 “예년에는 12월 초면 목표량을 채웠는데, 올 연말엔 기업 기부가 확 줄면서 아직 200만 장가량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경제적, 심리적 여력이 부족할수록 사회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원오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부단체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건 연말에 기부를 통해 위기를 넘기던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뜻”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기부가 소중하다는 점을 정부가 나서서 환기해야 한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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