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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 또는 데자뷔에 대하여[하영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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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은 2016년과 닮은 점이 많다. 당장 대통령 탄핵이 그렇다. 2016년 12월 9일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딱 8년 5일이 지난 올 12월 14일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8년 전 미국 대선에서 승리했다. 올해도 트럼프 후보가 승리해 새해 1월 20일 취임한다. 트럼프 당선인 측은 8년 전 박 대통령 탄핵 당시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고 하더니 올해도 당선 후 첫 공식 회견에서 일본, 중국, 북한만 언급한 채 한국은 들먹이지도 않았다. 2016년 대선 직후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8년이 지난 12월 16일 트럼프를 만나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뿐만 아니다. 소설가 한강은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으로 불리는 ‘맨부커상’을 받아 세계적 소설가 반열에 올라섰다.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런가 하면 8년 전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8위에 올랐던 한국은 올해 파리 올림픽에서도 역시 종합 8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은 또 있다. 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은 2016년 열린 롤드컵(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MVP로 선정됐다. 그는 올해 롤드컵에서도 팀우승과 함께 MVP를 차지했다. 그런가 하면 2016년 12월 7일까지 72일간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는 올 12월에도 6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런 점을 들어 네티즌 사이엔 한동안 ‘평행이론’이 관심을 끌었다. 평행이론이란 서로 다른 시간대나 상황에서 비슷하게 반복되는 사건이나 인물 또는 현상을 말한다. 한마디로 ‘역사는 일정한 주기를 따라 반복된다’는 거다. 1860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에이브러햄 링컨과 꼭 100년 후인 1960년에 대통령이 된 존 F 케네디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이름이 모두 알파벳 7자라는 점, 하원의원이 된 것도 꼭 100년 차이라는 점(링컨 1846년, 케네디 1946년),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24세 여성과 결혼했다는 점, 두 사람 모두 금요일에(그것도 뒷머리에) 총을 맞았다는 점 등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대통령 탄핵 소추 이후인 새해엔 어떨까. 헌법재판소의 탄핵 판결, 그에 따른 조기 대선과 새 정부 출범 여부 등은 그렇다고 치자. 관심은 역시 경제다. 2017년 경제는 좋았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2026.16에서 연말 2467.49로 올랐다. 2024년 12월 19일(2435.93)보다 높았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달러당 1208원에서 연말 1070원50전으로 하락했다. 경제성장률도 3.4%를 기록했다. 반도체 특수에 따른 수출 호조와 글로벌 경제 호조의 덕을 톡톡히 봤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탄핵 전에도 국내 증시는 지리멸렬이었다. 국장탈출이 러시를 이뤘다. 내수는 바닥을 기고 호조를 보이던 수출마저 주춤하는 기색이다. 고관세를 앞세운 트럼프 2기는 기세등등하다. 반도체와 2차전지, 바이오 등이 다시 힘을 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이런 추세라면 새해 성장률은 1%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래도 새해는 새해다. 평행이론이 맞다면 정치 이벤트뿐만 아니라 경제도 비슷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희망마저 버릴 필요는 없다. 모두가 절망하고 한숨을 내쉴 때 보란 듯이 일어섰던 우리 경제다. 새해에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다. 정치권 꼬락서니만 보면 이런 희망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서도.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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