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가상자산(암호화폐)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미국에서 가상자산 규제의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는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을 통해 1단계법이 구축됐지만, 여전히 2단계 입법에 대한 논의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19일 해시드, 해시드오픈리서치, 한국디지털애셋(KODA)은 강남구 해시드 라운지에서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혁신을 위한 입법 제안' 세미나를 열고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적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가상자산 ETF 도입과 전문 기관투자자의 시장 참여를 중심으로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비트코인, 애플·구글 제칠 것…가상자산 2단계 입법 빠르게 해야
세미나는 김서준 해시드 대표의 개회사로 시작됐다. 김 대표는 "2023년 기준 약 5억6000만명의 사람들이 가상자산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라며 "또한 부동산, 예술품 등 여러가지 현실자산 등이 디지털 자산화되며 블록체인 위에 올라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규제 상황은 많이 뒤쳐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비트코인이 금을 위협할 자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이르면 내년에 비트코인이 금 다음으로 가치가 큰 자산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예측들이 많다"라며 "블랙록에서 만들어진 금 ETF와 비트코인 ETF를 비교해보면, 금 ETF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비트코인 ETF에 엄청난 기관 수요가 몰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김 대표는 "비트코인은 어떤 주식회사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지게 될 것"이라며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주요 기업의 주식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빚으로 쌓아올린 망가진 대차대조표를 바꾸기 위해 새로운 자산군을 발행해야 하고, 그 답이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며 "미국 차기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이 이같은 발언을 내놓고 있고, 결국 비트코인이 부채비율을 작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전망과 국내 금융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김 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에선 입법을 통해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이 확립될 것이다.
또한 그는 "트럼프는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반대하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에 굉장히 적극적"이라며 "결론적으로 디지털 자산의 제도화 편입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위원은 "우리나라도 트럼프 신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중심의 미국 달러 기축통화 정책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라며 "우리도 2단계 입법을 빠르게 해야 하며, 이와 함께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국내 가상자산 규제, 명확성 부족…글로벌 프레임워크 참고해야
뒤이은 세션에서도 연사들은 국내 가상자산 업계에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비롯해 가상자산 사업자 분류 등 명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박신애 법무법인 디엘지 파트너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선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사업자 분류에 대한 규제 공백이 크다"면서 "규제는 미카 등 국제적인 프레임워크를 참고해서 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유럽의 '가상자산법' 미카법에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주체 요건, 준비자산이나 상환정책, 상환에 대한 권리 보장 등을 모두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이같은 법안이 전무하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정의와 규제가 명확히 마련되지 않아 신규 사업자들에게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 바 있다.
박 변호사는 가상자산 과세와 관련한 정비도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효율적인 가상자산 과세를 위해선 블록 검증으로 주어지는 리워드, 에어드랍 등 기존 세금 체계에 존재하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 정책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그는 이밖에도 가상자산 업계의 공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하며, 가상자산 백서 내용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가상자산 공모나 상장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 닥사(DAXA) 등 자율규제기구의 역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도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현물 ETF, 글로벌 트렌드…국내 도입 필요
한국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가상자산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팀장은 "가상자산은 현물 ETF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자산군으로 인정받았다. 한국도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에서 가상자산 ETF를 허용하면 이와 관련된 프라임 브로커, 마켓메이커 등 신규 사업을 개척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현재 비트코인 ETF는 투자 저변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다양한 투자 전략이 탑재된) 전략적 ETF가 여럿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라며 "이로써 전통 금융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민승,이수현 블루밍비트 기자 minriver@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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