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歲暮)가 가까워지며 우울한 사회·경제 상황과 함께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들의 삶이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는 소리도 많다. 하지만 지난 일 년 대한적십자사 서울지사에 기부자들이 보내온 훈훈한 선행을 보면서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더욱 따뜻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본다.
최근 캐나다에 거주하는 한 교포가 부모님께서 남기신 부동산을 정리한 7억 원을 적십자사에 기부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그는 병원비가 없거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부탁했다. 감사 인사와 고액 기부자에 대한 예우도 한사코 거부했지만, 긴 설득 끝에 부모님의 성함을 기부자 명예의 전당에 올릴 수 있었다.
얼굴 없는 기부 천사도 있다. 하루에 100 원, 300 원 등 작은 금액을 꾸준히 기부한다. 간혹 기부를 건너뛴 날이면 다음 날 두 번 기부하거나 몇 만 원을 입금한다. 적십자사에서도 입금자명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이라 금융기관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기부 천사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다.
지원을 받아야 할 분들이 기부금을 전달해 오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재건마을 주민 54명은 만 원씩을 모아 성금을 전해왔다. 항상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물품을 가지고 찾아오는 봉사원들이 너무나 고마웠다고 한다. 성금을 전달받은 직원은 고맙고 송구스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렇게 모인 성금으로 대한적십자사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재난 발생 시 긴급 구호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공공의료 지원, 독거노인·아동·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제 분쟁 지역이나 세계 재해·재난의 현장에서 나눔과 봉사의 손길을 전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는 연말에만 70여 톤(t)의 김장김치를 담가 서울지역 취약계층 7000여 세대에 전달했다. 또한 쌀 4만kg을 홀몸어르신, 조손 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 이웃 4000가구를 지원했다.
올해 12월 1일부터 2025년도 적십자회비 모금 캠페인이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가장 먼저 나서 지난 9일 서울시청에서 기관 적십자회비를 전달했고 개인적으로도 성금을 보태며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적십자사 서울지사에 사회 각계각층의 성금 납부가 줄을 잇고 있다.
2025년도 적십자회비 집중모금기간은 2024년 12월 1일부터 2025년 3월 31일까지이며 연중 자율적으로 납부할 수 있다. 납부 방법은 각 세대주에게 직접 배부된 지로용지를 통해 납부 권장 금액을 금융기관에 수납하거나 인터넷, 휴대폰 간편결제를 통한 납부도 가능하다. 개인 연말정산 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남을 위해 봉사하고 기부하는 분들께 “어떻게 봉사(기부)를 결정하게 되셨어요?”라고 질문하면 하나같이 “그냥 좋아서!”라고 대답한다. 나눔은 기쁨인 것이다. 기부는 보람이고 행복이다. 적십자회비를 통해 우리의 나눔이 세상에 가득 퍼져 나가길 기대한다. 여러분 모두 적십자사를 통해 나눔의 즐거움을 만끽하시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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