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9일 14:4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19일 한때 145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의 안정화를 위해 나섰다. 해외 자산의 환헤지 비율을 10%까지 높이는 방안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달러 공급으로 이어지는 만큼 환율 오름세를 완화하는 데 적잖은 역할을 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이날 제8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기금위)를 열고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기간을 내년 말까지로 1년 연장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전략적 환헤지란 국민연금의 모든 해외 자산에 환헤지 비율을 0%에서 시장 상황에 따라 10%까지 높이는 방식을 뜻한다.
현재까지 전략적 환헤지 가동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만큼 실행된 적이 없는 방안이다. 하지만 최대로 가동하게 되면 국민연금 해외 자산의 10%인 485억 달러(약 70조원)까지 달러를 시중에 공급할 수 있다. 국민연금의 환헤지는 통상 은행에 선물환을 매도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미래에 받을 달러를 일정환 환율로 고정해 은행에 파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선물환을 매수하는 은행도 헤지를 위해 그만큼의 달러 현물을 해외에서 차입해 외환시장에 판다. 이 과정에서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효과를 불러온다. 외환당국이 국민연금의 환헤지를 ‘마이너스 달러통장’으로 인시하는 배경이다.
기금위는 지난 2022년 12월에 이 같은 전략적 환헤지 비율 조정 방안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기금위는 유지 기간을 올해 말까지로 한 차례 연장했다. 이번에 두 번째 연장한 것이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외환스와프 한도 규모를 종전 500억 달러에서 650억 달러로 증액·연장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엔 한국은행 국장급 인사도 참석해 국민연금의 외환 대응 상황과 앞으로의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인사가 국민연금 기금위에 배석한 것은 이례적이다. 기금위 당연직 위원은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차관급 인사들로 구성된다.
국민연금은 또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을 심의, 의결해 2030년부터 국내 석탄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주주권 행사 대상 석탄 기업은 최근 3년 평균 석탄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곳이다. 국민연금은 이들 기업의 탈석탄 이행 방안을 놓고 2030년부터 5년간 기업과의 대화를 통해 점검하게 된다.
기업과의 대화를 진행해도 에너지 전환 개선 노력이 부족하면 주주권 행사 단계를 높여 기금위 의결로 투자를 제한한다. 이른바 네거티브 스크리닝(투자 배제) 방식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이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점에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산업이나 기업을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배제하거나 제한하는 책임투자 방식을 말한다.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거나 채권 투자 제한으로 이어지게 된다. 다만 기업이 발행한 녹색금융상품엔 투자가 허용된다.
이행되면 한국전력, 포스코, LX인터내셔널 등 석탄을 활용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의 주가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민연금 투자 기업 중 석탄 매출 비중이 50% 넘는 곳은 6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석탄 기업에 대한 주주활동에 나서는 것은 2021년 5월 ‘탈석탄 선언’ 이후 3년여 만이다. 해외 석탄 기업은 내년부터 대상에 오른다.
또 국민연금은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에 따른 성과평가·보상체계 개편안 등도 논의했다. 이는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대체투자의 벤치마크가 해외주식과 국내채권의 조합으로 변경된 데 따른 조치이다. 장기 성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성과평가 기간을 기존 1년에서 5년 누적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벤치마크(BM) 수익률 대비 초과 수익률만을 평가했으나 기금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절대성과에 대한 평가도 신설됐다. 상대성과 평가 기준은 0.25%포인트, 절대성과 평가 기준은 5.5%포인트로 결정됐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