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이 지난 9월부터 중단해온 조건부 전세대출 판매를 새해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단지'로 불리는 서울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에 대한 전세대출이 이뤄질 전망이다. 농협은행은 신용대출의 비대면 판매 중단 조치도 해제한다. 앞서 대출제한 완화 계획을 발표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에 이어 농협은행까지 대출 문턱을 낮추면서 그동안 대출을 억제하던 은행들이 본격적으로 대출 확대 경쟁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농협은행은 19일 이와 같은 내용의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농협은행은 우선 내년 1월 2일 이후 실행분에 한해 조건부 전세대출 취급을 재개하기로 했다. 조건부 전세대출은 임대인의 소유권이 이전되는 주택 또는 선순위 근저당이 감액·말소되는 주택, 신탁 등기가 말소되는 주택 등에 대한 전세대출을 의미한다. 주택 소유권이 시공사에서 수분양자로 이전되는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이 이에 해당한다.
농협은행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9월 6일부터 조건부 전세대출을 무기한 중단해 왔다. 이로 인해 올해 11월 27일 입주를 시작한 1만2032세대 규모의 대형 재건축단지인 올림픽파크포레온에 입주하려는 세입자에게 그동안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세입자로부터 전세를 받아 분양 잔금을 치르려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수분양자의 근심이 컸다. 하지만 농협은행이 약 4개월 만에 분양주택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내년 이후 세입자를 받으려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수분양자들은 시름을 덜게 됐다.
농협은행은 또 이달 30일부터 비대면 방식의 신용대출 판매도 재개하기로 했다. 농협은행은 지난 11월 15일부터 NH직장인대출V, 올원 직장인대출, 올원 마이너스대출, NH씬파일러대출 등 4개 주력 신용대출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는데, 45일 만에 판매가 재개될 전망이다.
앞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올 하반기 내내 강화된 대출 제한 조치를 일부 완화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나은행은 이달 12일부터 비대면 방식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고, 신한은행도 이달 17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 신청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재개한 것에서 더 나아가 내년 실행분에 한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늘리고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판매도 다시 시작했다. 이에 따라 둔촌주공 등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이 가능한 시중은행은 원래 제한이 없었던 하나은행에 이어 최근 제한을 해제한 신한은행과 농협은행까지 총 3곳으로 늘었다.
농협은행은 대출 제한 조치를 완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주담대 금리까지 낮추기로 했다. 오는 23일부터 주기형(5년) 주담대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하겠다는 게 농협은행의 설명이다. 우대금리가 확대되면 그만큼 차주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낮아진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