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8일 “올해 경제성장률이 2.1%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후 소비심리 악화로 지난달 말 제시한 2.2% 성장을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은) 한은 입장에서 빠를수록 좋다”며 “통화정책도 경기를 같이 고려해 시기를 조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는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별관에서 물가안정 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올해 성장률 전망을 내린 배경으로는 4분기 소비 부진을 꼽았다. 이 총재는 “당초 4분기 0.5% 성장률을 예측했는데 카드 데이터 등을 보면 0.4%나 그보다 조금 더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내년 성장률도 지난달 제시한 1.9%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 이 총재는 “국회를 통과한 예산안이 내년 성장률에 -0.06%포인트가량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하방 압력이 커졌다”고 했다.
환율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1435원50전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3원40전 내렸지만 계엄 선포 이전에 비해 30원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현재 환율이 유지될 경우 물가를 0.05%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도 “정치적 이유로 올라간 30원이 정상화되는 측면과 전 세계적인 달러 강세 요인 등이 더해져 환율이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성장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이 총재가 제시한 해법은 조속한 추경 편성이다. 이 총재는 “경기 하방 압력이 큰 상황에서 여·야·정이 합의해 새로운 예산을 발표하는 게 경제심리에 좋다고 생각한다”며 “경제 법안을 빠르게 합의하는 것을 보여주면 경제와 정치가 분리됐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현재 필요한 추경이 “무조건적으로 재정을 푸는 방식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코로나 때와는 다르다”며 “일시적으로 특정 항목을 타깃으로 해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정책인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같은 재정정책을 할 때는 아니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통화정책 경로도 이 같은 경기 상황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다음달 통화정책방향과 관련된 질문에 “(1월 금리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지금 상황에서는 경기 하방 위험이 있고 소비심리가 악화됐다”고 했다. 경기가 나쁘면 3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이 총재는 1월 빅컷(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 정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예상치 못한 불필요한 충격에 경제심리가 너무 떨어져 있다”며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막연한 두려움에 움츠러들기보다는 일상생활로 돌아가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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