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가 접수한 무역구제(반덤핑 관세, 불공정무역행위) 제소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철강, 석유화학 등 한국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등 글로벌 기업들이 바이오와 같은 첨단 분야에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침해 제소 등을 늘린 결과로 분석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한국 기업의 반덤핑 제소 건수는 9건이다. 2014년(10건) 후 최대치다. 지식재산권 침해 등 불공정 무역행위 제소는 같은 기간 14건으로 기존 최고치인 2019년 13건을 넘어섰다.
둘을 합한 무역구제 전체 건수는 역대 최대 수준인 23건에 달한다. 1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출범한 이후 보호무역주의 확산 여파로 21건을 기록한 2019년을 넘어선 수치다. 무역구제 제소 건수 증가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지식재산권 침해로 압박받는 한국 기업들이 보내는 ‘위기 신호’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지난달까지 이뤄진 반덤핑 제소 9건 중 8건이 철강, 화학 분야에 쏠렸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7건을 차지했다.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에 대해 반덤핑 제소에 나선 것을 비롯해 폴리에틸렌수지(PET수지·티케이케미칼), 석유수지(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기초화학 제품에 반덤핑 제소가 이뤄졌다. 지식재산권 분쟁은 바이오, 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특허권 분쟁으로 고도화하는 양상이다.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백신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신청한 게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 2기 이후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 미국으로 수출되지 못한 중국산 제품이 한국 등 제3국으로 쏠리며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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