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오는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 계획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한 권한대행은 임시국무회의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거부권을 사용하면 야당이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커 여야 정국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오는 19일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심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거부권 행사 시한이 21일까지인 만큼 한 권한대행은 이 자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법안은 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등 농업 4법 개정안과 국회법·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이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떨어지면 정부가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법이다. 정부는 쌀의 구조적 과잉 생산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농안법도 일부 품목에 대한 ‘최저가격 보장제도’를 담고 있어 농작물의 생산 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재해보험법과 재해대책법도 도덕적 해이를 일으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다음해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국회 증감법은 기업인을 언제든 국회로 호출하고 기업 기밀이 담긴 서류를 무조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들 법안은 야당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해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애초 정부와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17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상정한 뒤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국무회의 상정 자체를 미룬 뒤 거부권 행사 여부를 더 고심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거부권 행사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한 권한대행은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정안정협의체 구성 논의를 지켜보며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를 비롯해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기간에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이 ‘거창 양민 학살사건의 보상에 대한 특별법’과 ‘사면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양길성/박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