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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피묻은 금' 단속, 금값 더 오르나 [원자재 이슈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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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급등하면서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불법 채굴이 성행하는 가운데 브라질 정부가 금의 불순물을 분석해 생산지를 추적하는 '금 포렌식'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비영리기구 스위스에이드(Swissaid) 등은 최근 전 세계 금 채굴 생산량의 약 12%가 이 같은 불법적인 방법으로 생산된다고 주장한다. 무장 반군이나 범죄 단체가 기업적 규모의 불법 금 채굴을 벌이는 사례가 많고, 노동 착취와 인권 유린 등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지적된다. 영국 BBC방송은 브라질 아마존 강 주변 불법 채굴장에서 생산된 금을 '피 묻은 금'(Bloody Gold)이라고 비판하며 무정부 상태에 가까운 광산촌의 폭력, 성 착취, 인신매매 등의 문제를 고발하기도 했다. 각국 정부는 인권 침해와 세수 감소,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불법 채굴을 단속하고 있다.
'금 DNA' 분석하는 브라질 경찰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정부는 최근 첨단 포렌식 기술과 위성 이미지를 사용한 금 불법 채굴과 밀수출을 단속을 확대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금 채굴 생산량의 약 절반이 불법적으로 산출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질 경찰은 '타게팅 골드'(Targeting Gold)란 프로그램을 활용해 전국의 금 샘플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있다. 금에 포함된 나노 크기의 불순물(흙이나 납, 구리 등 다른 금속)을 방사성 동위원소 스캔과 형광 분광법으로 분석하면 원산지를 추적할 수 있다. 브라질 경찰이 최근 창설한 '환경 및 아마존' 팀의 움베르토 프레이레 부서장은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방사성 동위원소 스캔으로 금의 고유한 지문을 읽어 불법적인 금이 수출을 위해 정제되기 전에 추적할 수 있다"며 "과학자들이 '브라질 금의 DNA'를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라질 정부가 첨단 기술까지 동원한 것은 불법 채굴이 통제가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위성 사진 분석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 열대우림에 불법 채굴지가 약 8만 곳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과거 주민들이 손으로 사금을 채취하던 수준이 아니다. 일부 범죄 조직은 대형 굴착기를 비롯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강 준설 장비와 바지선을 동원해 강바닥을 파헤치고 있다. 이들이 휩쓸고 간 곳은 베어진 열대 우림과 금 추출에 사용하고 버린 수은이 가득한 웅덩이 등으로 폐허가 된다. 범죄 조직은 비밀 활주로까지 건설해 헬기와 비행기로 사람, 장비, 금을 실어 나르고 있다. 작년엔 수천 명의 채굴 업자와 광부들이 브라질 북부 베네수엘라 접경지의 최대 원주민 보호구역인 야노마미족 영토를 침공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군대를 파견해 전쟁에 가까운 군사작전을 벌이기도 했다.


불법 채굴 단속이 금값에 영향 미쳤나
첨단 기술과 군·경을 동원한 단속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로이터가 확인한 브라질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에 압수한 금의 양이 2022년 대비 38% 증가했다. 불법 채굴의 메카인 아마존 강 일대에서 브라질 정부는 단속을 강화한 결과, 2020년 110톤(t)에 달했던 금 수출량이 지난해 77.7t으로 줄어들었다.

브라질의 금 생산 감소분은 연간 금 공급량의 1%가량에 해당하는 규모인 까닭에 금값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금 생산량은 4898.8t이며 이 가운데 채굴 생산량은 3644t으로 전년보다 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재활용 금 생산은 1237.3t으로 9%나 늘어났다.

다만 향후 금값에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다. 인접국인 콜롬비아와 프랑스령 기아나도 브라질의 금 포렌식 기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브라질 등에서 금을 수입해온 스위스와 영국도 불법 생산된 금 수입을 단속할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단속 요원한 아프리카
아프리카의 불법 채굴도 심각하다. 스위스에이드에 따르면 아프리카 각국에선 2022년 약 435t의 금이 무허가로 수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에 따르면 말리, 짐바브웨, 코트디부아르 등에서 불법 생산된 금괴는 아랍에미리트(UAE)를 거점으로 스위스 인도 등으로 팔린다. 이 같은 채굴은 내전이 벌어지는 콩고민주공화국을 비롯해 갈등 국가 및 고위험 국가로 간주되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남미 지역보다 더 가난한 아프리카에선 금뿐만 아니라 리튬과 코발트 등 다양한 금속의 불법 채굴이 성행한다.

미국 정부는 아프리카 무장 단체의 돈줄인 이 같은 불법 채굴을 막고자 지난해 금 밀수출 사실을 적발해 수단의 기업인 '<!--StartFragment -->알파케르어드밴스드웍스<!--EndFragment -->'를 제재하는 등 감시를 계속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불법 금 거래가 일어나는 UAE에 압력을 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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