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한 ‘제12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이 정식 발효됐다. 한미 양국은 2026년 분담금을 1조5192억원으로 정하고, 2027년 이후 연도별 방위비 분담금은 해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준으로 조정하되 인상폭이 5%를 넘지 않도록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 이를 번복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그의 참모들은 대미 무역에서 한국이 매년 엄청난 흑자를 내고 있어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는 것이 동맹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에 미국은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고 미국에 한국은 무역 적자 상위 7위 국가다. 이는 앞으로 한국에 통상 압박 근거로 작용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관세 및 방위비 분담금 인상은 주요 타깃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우리 정부는 다음과 같은 대응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첫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총액 협상 방식’이 아니라 ‘항목 협상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총액 협상은 총액 위주로 협상한 뒤 항목별로 다시 예산을 편성·배분하는 방식이다. 물가 수준에 맞춰 분담금 인상률을 적정 수준에서 정할 수 있는 장점은 있지만 항목별 예산 편성배분을 세밀한 수준에서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반면 항목 협상은 항목별로 예산을 편성배분한 뒤 나중에 그걸 다시 합산하는 방식이다. 이는 협상 초기부터 예산 편성배분을 세부적으로 할 수 있고, 또 집행 결과도 세밀하게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방위비 분담금 사용의 효율성과 투명성, 그리고 분담금 인상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항목 협상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
둘째, 지금처럼 외교부가 협상을 주도하되 군사, 기술, 건설 등 각 담당 부처에서 차출한 전문인력으로 특별팀을 구성해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 항목 협상 방식으로 전환하면 인건비, 군사 건설 등 항목별로 예산 편성 및 집행에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일례로 탄약 저장이나 항공기 정비 같은 군수지원 항목은 미국과 분담금 인상을 논의할 때 항목 내 프로그램별로 전문성이 있어야 그 적합성을 조목조목 따질 수 있다. 이렇게 해야 항목별 분담금 사용 내역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실질적으로 가능하다.
셋째,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선제적으로 파격 제안하고, 그 반대급부로 치밀하고 설득력 있는 논리로 다른 경제적군사적 양보를 얻어내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일례로 미국의 ‘보편관세’(10~20%) 부과를 최소화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줄이는 것을 들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수출품에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액은 20조~40조원가량 줄어든다. 미국이 조선산업 보호 육성을 위해 자국 내 선박 건조를 독점하게 하는 ‘상선법’(법률 제27조)을 개정하도록 유도해 한국 내에서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하거나, 한국의 자강 능력 강화에 필수적인 첨단 무기체계를 개발할 수 있도록 미국의 양보를 받아내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다. 단순히 금전적 논의를 넘어 양국 동맹의 신뢰와 안정성을 시험하는 척도다. 국익을 극대화하면서 동시에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으로 인해 동맹관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미국과의 대화 채널을 다각화하고,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 설득력 있는 자료와 논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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