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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살에 가족과 사업을 걸고 독립운동 뛰어든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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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명 냅코(NAPKO).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전신 격인 전략사무국(OSS)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제국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한 비밀 작전이다. 한국 출신 이민자와 전쟁포로들을 고도로 훈련해 한반도와 일본에 침투시켜 첩보활동을 하고 독립운동가들과 협력한다는 목표로 시작됐다.

이들에게는 이름 대신 암호명이 주어졌다. 그중 암호명 ‘A’로 불린 인물은 다름 아니라 유한양행 설립자인 유일한 박사다. 나이 50세의 성공한 사업가이던 그는 아내와 두 아들까지 있었지만, 자신의 사업 조직망을 작전에 이용하는 데 동의하고 모든 걸 바쳐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뮤지컬 ‘스윙데이즈_암호명 A’는 유일한 박사의 인생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창작극이다. 주인공 ‘유일형’은 미국 유학생 출신으로 성공한 사업가지만 독립운동에는 큰 관심이 없는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은신처를 제공해준 한 독립운동가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희생’이라는 정신을 배우기 시작한다. 카드 게임에 베팅하는 도박꾼이었던 그가 점차 자신의 삶을 거는 독립운동가로 변모하는 과정을 그린다.

실화 기반 이야기, 시대극, 초연 창작 뮤지컬 등 많은 불안한 요소를 지닌 작품이지만 막이 열리자 높은 완성도로 의구심을 잠재웠다. 연회장과 일제강점기 조선, 미국 비행장 등 알찬 무대 덕에 심심하지 않다. 성공한 사업가로 시작해 독립운동가로 변해가는 인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풀어나간다.

수준 높은 음악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그래미상, 에미상 수상 경력이 있는 작곡가이자 올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오른 창작극 ‘위대한 개츠비’의 음악을 맡은 작곡가 제이슨 하울랜드가 이번 공연에 참여했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음악이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 흐름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일제강점기와 독립운동을 다루는 시대극임에도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 고루하지 않다.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개인의 갈등과 고민에 집중한다. 막연히 애국심을 고취하는 선악 구도를 선택하지 않고 다양한 인물이 전쟁으로 인해 우정, 가족을 잃고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묘사해 현대 관객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다만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인물의 복잡한 이야기를 담으려니 후반부에 들어서 캐릭터 전개가 급하게 느껴지는 대목이 있다.

드라마와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담긴 소재와 단단한 음악이 무대를 가득 채우는 작품. 그에 비해 제목이 직관적이지 않고 세련미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인물의 성장 과정을 조금 더 설득력 있게 그린다면 재연 무대에서는 더욱 다듬어진 작품이 될 가능성이 보인다. 공연은 2025년 2월 9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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