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날 0.50% 상승한 2494.46에 장을 끝냈다. 나흘 연속 상승하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전인 지난 3일(2500.10) 수준을 회복했다. 코스닥지수도 693.73에 거래를 마치며 계엄 선포 이전으로 돌아갔다.
시장 참여자들은 대내외 악재로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주식시장에 미칠 탄핵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칫 국정 공백이 길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을 우려한다. 이날 증권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체로 탄핵소추안 가결을 호재로 판단했다.
탄핵 학습효과…정치적 불확싱설 해소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정치적 사안에 대해 코멘트를 아끼면서도 “이번 탄핵 소추안 가결은 주식시장이 싫어하는 불확실성을 상당히 줄이는 것은 물론 국정 혼란과 리더십 부재 기간을 단축시킬 것”이라며 증시에 오히려 긍정적 요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가 ‘1월 효과(1월 주가가 다른 달보다 강세를 보이는 현상)’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소추안 가결은 주식시장의 정치 불확실성 완화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논의가 본격화된 2016년 10월 25일부터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을 결정한 2017년 3월 10일까지 코스피지수는 3.25% 상승했다. 운용업계 한 펀드매니저는 “주식시장에서 탄핵 사태가 처음이 아닌 만큼 호재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수주 피하고, 수출주 화장품 업종 주목
한국 증시가 역사적 수준으로 저평가돼있는 만큼 추가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국정 공백에 따른 정책 타격이 적으면서 실적이 늘어나는 업종을 눈여겨보란 조언도 나온다. 증권가는 화장품 업종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주를 모은 상장지수펀드(ETF)인 ‘TIGER 화장품’은 지난달 16% 넘게 떨어졌으나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전날까진 5%가까이 반등했다. 화장품 업종의 낙폭이 펀더멘탈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전반적인 증권가의 컨센서스다. NH투자증권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내놓은 리포트에서 화장품 업종이 내년에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봤다. 교보증권도 미국 화장품 시장에서 가성비가 높은 중소형 브랜드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만큼 K뷰티산업의 구조적 성장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화장품 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2∼13배 수준까지 떨어졌고 수출 증가율에 대한 우려나 실적 눈높이 조정이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소비재 등 내수 업종에 대해선 신중하게 투자하라는 조언이 나온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업종은 사회 혼란과 소비자심리 둔화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전히 불안한 韓 증시”…셀 코리아 외치는 외국계
외국계 증권사의 시각은 사뭇 다르다. 이들은 한국 증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을 예측하기 어려운 데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국의 혼란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가져올 대외 정책 리스크 역시 한국 증시에 부담을 줄 것으로 봤다.
모건스탠리는 대통령 교체가 경제 전망에 대한 가계와 투자자들의 우려를 증폭시킬 수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비중 축소(매도)'로 낮췄다. 트럼프 리스크에 정치적 불확실성이란 추가 리스크를 안게 됐다고 판단했다. 조너선 가너 모건스탠리 전략가는 "한국 시장이 세계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그다지 좋은 위치에 있지 않다"며 "특히 모든 관세·비관세 이슈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가장 무역에 많이 노출된 시장 가운데 하나"라고 판단했다. 골드만삭스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접어들면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 사태를 엄청나게 큰 정치적 리스크"라며 "증시가 정상화되더라도 정치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는 한동안 따라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