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2일 ‘원조 친윤(친윤석열)’ 권성동 의원(5선·강원 강릉)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친윤계는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탄핵 찬성으로 돌아선 한동훈 대표 및 친한(친한동훈)계와 당론 수정을 놓고 충돌이 불가피하다.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국민의힘은 분당 수준의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날 국회에서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은 과반인 72표를 득표해 34표를 얻은 김태호 의원(4선·경남 양산을)을 누르고 당선됐다. 검사 출신인 권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과 대선 승리를 돕고, 정권 출범 후에는 첫 원내대표를 맡은 원조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다.
권 원내대표는 정견발표에서 “탄핵보다 무서운 것이 분열”이라며 “당의 화합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는 63%의 당원 지지를 받아 당선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한 대표”라며 “주요 현안마다 한 대표와 충분히 상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친한계에선 권 원내대표가 한 대표 체제를 흔들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당장 권 원내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들이 ‘한 대표는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해야 한다고 했다’고 하자 “지금은 당론이 탄핵 부결”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를 변경하려면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며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을 변경할 것인지, 그대로 유지할지 총의를 모아보겠다”고 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제명·출당을 논의하기 위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한 것과 관련해서도 “윤리위를 소집해서 제명하는 것보다는 그런 의사를 대통령실에 전달하면 대통령이 알아서 거취 문제를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날 의총에선 한 대표를 향한 친윤계의 반발도 터져나왔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담화에 대해 “사실상 내란을 자백하는 취지”라고 발언하자 “대표가 왜 그런 말을 하느냐”며 고성을 쏟아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우리 당 대표가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고, 재판도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내란죄라고 대통령을 단정하는 건 좀 서두르는 감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번째 표결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당은 극심한 내홍에 빠져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 관계자는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친윤계가 윤 대통령 ‘엄호’에 나설 수 있다”며 “선출직 최고위원 중 네 명이 사퇴해 한동훈 지도부가 붕괴하는 사태가 뒤따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