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비상 계엄 소식을 호주에서 알았다"며 "글로벌 투자은행(IB)을 만나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12일 한은과 한국경제발전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장 위원은 계엄 당일인 3일 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에서 열리는 세미나 참석차 출국했다.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임시 금통위 개최 결정 등은 비행 중 이뤄졌다. 장 위원은 "4일 아침 비행기에서 내린 후 소식을 듣고 즉각 귀국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한은 금통위는 4일 오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 호주에 있던 장 위원은 참석하지 못했다. 장 위원은 "(이창용) 총재가 '금통위 정족수를 충족하니 현지에 남아 해외 IB들과 면담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며 "면담이 예정되있던 관계자들을 만나 과거 사례를 얘기하면서 상황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당시 금통위는 장 위원 외에도 홍콩 출장 중이던 유상대 부총재 없이 5인 금통위로 개최됐다. 금통위는 5인이 모이면 개최할 수 있도록 돼있다.
장 위원은 최근 환율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은 DXY(달러화지수) 상승세에 약간 더해진 수준"이라며 "우려했던 것보다는 환율이 그렇게까지 많이 올라가지는 않았다"고 평가했다.
계엄 이후 환율은 1402원90전(3일 주간 종가)에서 1431원90전(12일 주간 종가)으로 올랐다. 달러화지수는 106을 약간 하회하는 수준에서 106.6 등으로 상승했다.
장 위원과 대화하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목요일 한은에 와서 상황을 점검했다"며 "우리(50대 후반)보다 좀 더 나이 많은 세대는 '우려보다 많이 안올랐다'고 생각하고, 더 아래 세대는 더 걱정하는 모습이었다"고 회의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외환당국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면 환율이 소폭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계엄 선포 이전 수준까지 내려가는 데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장 위원은 심포지움에서 환영사를 통해 "기후변화는 이제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가 됐다"며 정책당국의 탄소중립 대응 임무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올여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무더웠고, 11월 서울 폭설은 1970년 관측 이후 최고치 였다"며 "매년 더 심한 날씨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기업, 가계 금융기관 등 모든 경제주체가 도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이날 오후 봉사활동 참가 차 심포지움에는 불참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