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창 대만 TSMC 창업주가 지난 9일 삼성전자에 대해 내놓은 언급은 듣기 거북하지만 흘려보내기도 어렵다. 그가 삼성전자와 관련해 한 발언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부인할 수 없는 말이다. 어처구니없는 계엄 선포와 이어지는 탄핵 정국으로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의 대외 신인도도 흔들릴 수 있고, 기존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설비투자 세액공제 확대가 골자인 반도체법 국회 통과는 언제 이뤄질지 기약하기 힘들고, 반도체 연구개발(R&D) 인력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모두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그다음에 나온 말도 뼈아프다. “TSMC 추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일부 기술적 문제 때문”이라는 것. 경쟁사를 향한 결례에 가까운 지적이지만, 삼성전자를 경쟁사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말이 없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TSMC에 앞서 3나노 파운드리 공정에 전력 효율을 높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도입했지만 수율을 높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TSMC는 이보다 한 단계 아래인 핀펫 기술로도 첨단 제품 주문을 싹쓸이하고 있다.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4.9%, 삼성전자 9.3%로 2분기보다 4.8%포인트 더 벌어졌다.
모리스 창의 발언은 국내 다른 기업들도 남의 일이라고 비켜 갈 수 없다. 첨단산업 영역에서 한국의 기술력은 미국과 멀어지고 중국에는 따라잡히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한국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은 미국 중국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 등 1위 그룹에 처진 2위 그룹으로 평가됐다. 미국, 중국을 추격하는 3위권이라는 정부 자평과는 거리가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갈수록 승자 독식 구조로 변해가고 있다. 독보적인 기술력 없이는 1위를 꿈꿀 수 없다. 기업이 R&D 투자와 인재 육성에 전력투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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