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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기업 인수…메리츠, 승부수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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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그룹은 2014년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한 뒤 지금까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리지 않았다. 기존 사업을 확장하는 게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본력이 막강한 데다 ‘이익을 극대화하는 기업’으로 정평 난 메리츠금융이 어떤 회사를 사들일지 항상 관심을 뒀다. 그럴 때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프라이싱(가격 결정) 능력을 키우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품으면서 10년 만에 기업 인수 행보에 나선 메리츠금융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MG손해보험은 앞서 네 차례나 매각이 실패할 정도로 업계에서는 애물단지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메리츠금융의 전략적 성장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MG손해보험은 2022년 금융위원회가 부실 금융회사로 지정하면서 매각 절차가 시작됐다. 시장에서 예상한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회사 정상화를 위해 1조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는 곳이 없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8월 네 번째 매각 입찰에서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을 최종 인수하면 업계 2위인 DB손해보험을 위협할 수 있다. 메리츠화재의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상 보험사의 주요 경영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지난해 말 기준 10조4687억원이다. MG손해보험(6774억원)과 합치면 11조1461억원이 된다. DB손보(12조1524억원)와의 격차를 1조원 차이로 따라잡는다.

자산부채이전(P&A) 방식을 통한 인수가 가능한 것도 메리츠화재가 참전한 배경으로 꼽힌다. P&A 방식은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 중 일부만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 M&A와 달리 고용승계 의무가 없다. 메리츠화재는 대표적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226.9%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를 훨씬 웃돈다. MG손해보험(킥스 44.4%)의 부실자산을 흡수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약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번 MG손해보험 인수는 김 부회장이 평소 밝혀온 M&A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김 부회장은 인수 가격과 주주가치를 M&A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내세워 왔다. 그는 지난 5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때 “지금까지 M&A가 없었던 건 가격이 너무 높아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현재 금융 상황이 여러 터뷸런스(난기류)를 거치며 좋은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이 적절한지, 그 사업을 이끌 인재가 확보됐는지, 리스크 규모와 성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M&A할 때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14일 3분기 실적 발표 때도 “단순 외형 확대보다 주주 이익에 부합하는지 주안점을 두고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지만, MG손보를 최종 인수하기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 실사 과정에서 MG손보의 부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서다. 김 부회장도 이를 염두에 둔 듯 “주주 이익에 부합하면 완주하고 그렇지 않으면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메리츠화재는 고용승계 의무가 없지만, MG손해보험 노조는 전 직원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반발이 인수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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