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9일 20: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은 인수합병(M&A) 계약서에 혹시 모를 변수와 책임 소지, 제반 조건들을 최대한 명시해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교훈을 자본시장에 남겼다. 이전까진 M&A 계약 조항에 대한 이견이 소송으로까지 번지는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 침체로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피해를 보는 일이 빈번해지자 기업들의 위기의식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19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사이 M&A 계약서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안전장치들을 포함시키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
교보생명 사례로 계약서를 꼼꼼하게 쓰지 않으면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진 영향이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풋옵션 행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를, 신 회장은 회사 기업공개(IPO)가 불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양측 모두 서로에게 유리하게 계약을 해석한 대가로 6년이란 긴 세월을 분쟁으로 소모해야 했다.
풋옵션 조항에 익숙한 FI들마저 계약상 허점에 발목이 잡혔다. 2012년 체결된 주주 간 계약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2015년 9월까지 IPO에 실패하면 FI 지분을 신 회장이 사가고 그 가격은 양쪽이 1곳씩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 정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하지만 한쪽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가격을 정할지에 대한 합의가 없었다. 신 회장을 강제할 방안을 계약에 포함시키지 않은 게 신 회장에겐 방어 논리가 됐다.
투자 시장 침체로 거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내외 변수로 거래가 최종 불발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업들 사이에 "교보생명 다음은 우리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하고 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마음으로 기존 계약서 재검토에 들어간 곳도 다수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자문사들을 상대론 문구 해석에 이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약서에 권리 관계를 구체적으로 담아달라는 요구가 늘었다. 특히 풋옵션 조항이 대표적이다. 풋옵션을 행사하거나 당할 수 있는 조건, 행사 가격의 산정 등이 거래 당사자들의 합의에 의존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사례로 기업과 PEF 운용사들은 계약서를 꼼꼼하게 작성하지 않았다간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며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안전장치들을 계약서 곳곳에 넣으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